김 청장은 “해당 연예인들에 대한 과세자료 처리를 진행 중이다”라며 “그러나 검찰이 통보한 1백44명 전원에 대해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 전면적 수사가 아님을 시사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백 의원은 “확인된 명단만 1백44명에 이르고 금액도 83억5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며 “이들 연예인에 대한 세무조사가 끝나면 조사결과를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김 청장에게 요청했다.
5년 동안 1백여명 연예인이
밤업소에서 얼마 받았는지 기록
경찰은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1년여 동안 전국의 대형 나이트클럽을 비롯한 야간 유흥업소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경찰의 주요 수사 대상은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야간 업소. 유명 가수와 탤런트, 개그맨 등이 밤무대에 출연하는 과정에서 불법성이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밤업소에 출연하는 연예인과 기획사 관계자들에게는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경찰은 ‘연예기획사와 야간 업소 간의 커넥션’의 수사 결과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동시에 국세청에도 관련 자료를 넘겼다. 경찰은 나이트클럽 등을 수사하면서 영업장부 등을 대량 압수했다. 이 장부에는 해당 업소에 출연하는 연예인에게 얼마의 출연료를 지급했는지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공개했던 일부 연예인의 출연료는 경찰이 압수했던 장부에 기록되어 있던 금액이다. 그런데 경찰이 해당 자료를 국세청에 넘김으로써 야간 유흥업소와 연예기획사 그리고 업소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이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보낸 자료가 워낙 방대해서 최소한 몇 개월 동안은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밤업소에서 압수한 장부에는 무려 1백여 명의 연예인 명단이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통한 소식통은 “검찰이 지난 7월에 공개했던 밤업소 출연 연예인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공개된 출연료도 극히 일부분이다. 하지만 경찰이 국세청으로 넘긴 자료에는 5년 동안 1백여 명의 연예인이 밤업소에서 얼마를 받았는지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타급 연예인은 거의 다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지난 7월 말 공개했던 자료는 밤업소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유흥업소의 한 관계자는 “업소들이 기록하고 있는 수입·지출 장부에는 연예인 출연료도 당연히 적혀 있다. 만약 한 연예인이 한 번 출연하는 데 실제로 1천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예인이나 소속 기획사 등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5백만원만 출연료로 받았다고 줄여서 세무서에 축소 신고한다. 하지만 국세청에서 업소의 장부 내용을 보게 되면, 실제로 1천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들통나게 될 것이고, 거기에 맞는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따져보면 기획사나 연예인이 탈세를 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연예인 소득탈루’ 사실로 확인 … 명단 1백44명·금액 83억5천만원
사실로 밝혀지면 일부는 연예계 떠나는 사태 빚어질 가능성 매우 높아
엄청난 수입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수법으로 탈세한다는 소문 파다
연예활동 외 자신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사업체 주가 조작도
이 관계자의 설명처럼, 밤업소에 출연하는 모든 연예인이나 기획사가 출연료를 축소해 신고함으로써 탈세를 했다고 성급하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세청의 조사 결과는 연예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밤업소에 출연하는 1백여 명의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사 결과에 따라, 탈세 혐의가 드러나는 ‘스타급’ 연예인이나 대형 기획사 등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일부는 연예계를 떠나는 사태까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에도 가끔 연예인 탈세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에는 주로 음반 판매 수입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됐었다. 하지만 최근엔 CF 계약금을 부풀렸다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CF 계약금은 스타 인기의 척도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 많은 기획사들 사이에서는 소속 연예인의 CF 출연료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게 관행처럼 퍼졌다.
1백여명 연예인들 대상
세금 조사 이번이 처음
예를 6개월 단발 전속 계약금을 1억원을 받았다면, 언론에는 3억으로 부풀려 발표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광고를 진행하는 대행사나 광고주 역시 스타의 인기가 광고 효과와 이어진다고 여겨 이런 부풀리기 관행을 모른 척 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특급스타들은 광고를 계약할 때 계약금을 정확히 써주든지 아니면 아예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세금과 관련돼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세무조사를 받을 때 국세청으로부터 가장 많이 추궁 당하는 부분이 거짓진술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CF계약금은 가장 많이 지적 당하는 부분이다. 국세청은 언론 보도와 다른 신고액수를 문제삼았고, 연예인들을 이를 해명하느라 한동안 혼줄이 났었다.
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며 “CF계약금을 정확히 써냈는데 세무 관계자가 신문에 보도된 액수와의 차이를 문제 삼았다. 뒤늦게 해명을 하고 증빙서류를 내서 해명을 하게 됐지만 계약금을 가지고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CF를 많이 찍어 혼줄(?)난 대표적 연예인은 톱스타 고소영이다. 고소영은 2007년 3월 1백억원대 건물의 소유자라는 소문 때문에 탈세 혐의에 대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2002년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고소영은 CF 활동은 꾸준히 해왔다. 고소영은 화장품 브랜드 더 페이스샵,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롯데 칠성의 오늘의 차, 맥주 하이트, LG전자 트롬, 헤어 브랜드 캐라시스,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 노트북 도시바, CJ의 식물나라, 커피 브랜드 맥심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굵직굵직한 CF를 두루 거쳤다. 고소영 정도의 톱 스타면 CF 한 편당 5억원 이상은 받는 것이 업계 일반적인 공식이다.
한편, 국세청은 대형 기획사가 매출 줄이기 등의 수법으로 법인세를 누락했는지, 또 관련이 있는 상장·등록업체의 주가조작에 관여했는지, 그리고 영화 등 각종 문화사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규를 어기고 세금을 포탈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상급 연예인 중 상당수는 외형상 특정 연예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자격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꾸며 실제 활동내역과 수입 등을 숨기는 수법으로 세금을 포탈해온 것으로 세무당국은 보고 있다.
연예인 중 상당수 개인자격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꾸며 세금 포탈
연예기획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유명 연예인 중 일부는 개인자격으로 활동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실제로는 본인 스스로 기획사에 준하는 사업체를 만든 뒤 엄청난 수입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수법으로 탈세를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기획사들과 유명 연예인들은 본업인 연예활동 외에 자신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사업체의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연예활동과 유명세를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사실이 소문의 수준을 넘어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