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45) 현장 점검

국립극장서 거사 치른다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담뱃불을 살피며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 바늘이 막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저만치 아래서 택시가 올라오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담배를 발로 가볍게 비벼 끄고 극장 건물 한 모퉁이를 찾아 몸을 숨기고 택시를 주시했다.

동일의 예상대로 택시는 국립극장 앞에 멈추어 섰고 예의 정장 차림의 석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살피며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으로 시선을 주었다. 근처에도 이르기 전에 절로 눈이 감겼다.

피식하고 한번 웃고는 석원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모자를 반듯하게 쓰고 내린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며 고스란히 태양빛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귀중한 사람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동일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갔다. 가까이 이르자 인기척을 느낀 석원이 고개 돌렸다.

이어 모자를 벗고 상체를 90도 정도 꾸부려 예를 표했다.

순간 일본인들의 지나친 인사 예법을 생각하며 문석원이 아닌 난조 샤쿠겐이라는 이름이 입가에 맴돌았다.


“지금 온 게요?”

“먼저 와 계셨습니다.”

“한번 둘러보려 먼저 왔소.”

둘러본다는 말에 힘을 주었다.

그 의미를 알았는지 석원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여기서 기다릴 테니 한번 둘러보고 와요.”

동일의 낮은 목소리에 석원이 가볍게 고개 숙였다 몸을 돌려 건물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동일이 다시 나무 그늘에 몸을 맡기고 석원의 움직임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건물에 이른 석원이 고개를 돌려 주차장을 바라보았다.

이어 다시 고개를 돌려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는 듯 문 앞에 자리 잡았다.

그 자리에서 문손잡이를 돌리는데 문이 닫혀있는지 애를 먹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 순간 동일이 다가가 석원을 불렀다. 동일의 부름에 석원이 하던 행동을 멈추고 급히 돌아왔다.


“지금 내부를 볼 수는 없을 것이오. 그러니 오늘은 주차장에서 건물까지 가는 동선만 살피도록 하오.”

석원이 다시 주차장에서 국립극장 정문까지 가는 길을 살펴보았다.

그다지 복잡할 것도 없는 동선을 석원이 여러 번 관찰했다.

그를 바라보던 동일이 석원을 승용차에 태우고 남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남산타워 근처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고타로 상.”


“예, 지도…아니 나카소네 상”

“고타로 상은 남조선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오?”

느닷없는 질문인지 석원이 흠칫했다.

“고타로 상의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도 남조선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타로 상은 남조선에는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어 하는 소리요.”

“오히려 그 부분 때문에 정이 가지 않습니다. 부모님 모두 남조선 출신이건만 왜 일본이란 땅에 와서 그리도 천대받으며 살아야 했는지. 그런데 남조선은 일본과 친하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특히 박정희 일당들을 보면 정말로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고는 했습니다.”

“그야 당연한 일이고 말고. 거기에 더하여 박정희 정권은 세상에서 보기 드문 독재를 감행하고 있으니 고타로 상처럼 트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참기 힘들다 생각하오.”

말을 하며 근처를 바라보자 한적한 곳에 벤치가 놓여 있었다.

동일이 그리로 걸음을 옮겨가자 석원이 땀을 뻘뻘 흘리며 뒤를 따랐다.

“잘 보도록 하오.”

동일이 벤치에 앉자마자 주변을 살피고 바지 뒷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펼쳤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국립극장 내부 설계도요.”

순간 석원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곳이 아까 고타로 상이 들어가려던 입구요.”

석원이 동일이 가리키는 지점을 따라 내부로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곧바로 1층 로비가 나타났고 이어 극장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이 있었다.

이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함께 그곳에도 로비가 있었다.

“그런데 나카소네 상.”

“말해보오.”

“저는 국립극장이라고 해서 상당히 규모가 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그리고 이 배치도를 살펴보니 이외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내 어느 곳에서 저격해야 할까 고민했었는데 막상 현장을 살펴보니 어느 곳에서고 저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허술한 경호 노려… 연설 중 저격 모의
“반드시 성공해야” 근접 사격 신신당부

동일이 내색은 못하고 그저 속으로 웃고 말았다.

“물론 고타로 상의 말이 백번 지당하오. 하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거요. 그리고.”

동일이 말하다 말고 뜸을 들이자 석원의 얼굴에 긴장감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비록 여분의 총알이 있지만 첫발에 치명상을 입혀야 하오. 그리고 나머지 총알은 확인 차원에서 사용되어야 하오.”

석원이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링컨의 경우를 상기하라는 말이오. 링컨을 한 방에 죽일 수 있었던 사유는 바로 가까운 거리에서 저격했기 때문이오.”

동일이 시선을 배치도에 주었다.

석원 역시 동일의 시선을 따라갔다.

“잘 살펴보오, 어디가 최적의 장소인지.”

석원에게 주문을 주고 이내 곁에 있는 돌을 들어 저만치에서 움직이는 생명체를 바라보았다.

꿩이 나무 사이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 꿩을 향해 돌을 던졌다.

정신없이 먹이를 찾아 배회하던 꿩이 낌새를 알아챘는지 돌을 던지는 순간 날아가 버렸다.

“나카소네 상, 순간적으로 든 생각인데 목표물이 움직임이 없을 때 저격하는 방식이 옳지 않겠습니까?”

“잘 보았소, 바로 그런 문제요.”

동일이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면 박정희가 행사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석원이 다시 시선을 배치도에 주면서 주차장부터 행사장으로의 이동 경로를 살피기 시작했다.

“주차장은 어떠하겠습니까?”

석원이 손가락으로 주차장을 지적했다.

“주차장은 곤란하오.”

“왜요?”

동일이 단정적으로 말을 받자 석원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가장 경호가 삼엄한 부분이 박정희가 행사장에 도착하는 순간이오. 즉 처음 부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집중하는 게 경호의 기본이오.”

“그러면 경호가 가장 허술한 순간을 잡으라는 말씀이십니다.”

“당연하오. 그러니까 방금 이야기했듯이 정지 상태에서 그리고 경호가 허술한 이러한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저격 순간을 선택해야 하오.”

“그렇다면…”

석원이 말하다 말고 뚫어지게 동일을 주시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소?”

“좋은 생각보다도, 광복절 행사 당일 박정희가 연설할 거 아닌가요. 그러면 그 순간을 이용해서 저격하는 방법이 좋을 듯합니다.”

“그것은 최후의 방법이고.”

“최후라니요?”

“고타로 상이 그 순간 어느 위치에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겠소? 다행스럽게도 연설대 가까이 있다면 고타로 상 말대로 최적의 기회가 될 수 있지요. 그러나 먼 거리에 있다면 어려운 문제가 될 거요.”

“제가 가까이 자리 잡으면 어떨까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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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