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사·주관사·소속사…총체적 ‘결함덩어리’
울산MBC는 ‘2008 빅 뮤직 페스타’ 공연이 갑자기 취소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N기획사 대표 C씨를 울산중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울산MBC는 고소장에서 “N기획사 대표인 C씨가 공연을 주관하기로 했으나, 갑자기 공연을 취소함으로써 공연 예매자와 울산시민 그리고 자사에도 큰 손실을 끼쳤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중부경찰서는 12일 N기획사 대표 C씨를 불러 사건경위를 조사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경위는 이렇다. 울산MBC는 지난 11일 오후 7시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창사 40주년 기념 난치병 어린이 돕기 콘서트 ‘2008 빅 뮤직 페스타’를 마련했다.
공연 전날 소속사 측, 불참의사 통보
콘서트에는 동방신기를 비롯, 빅뱅, 원더걸스, 소녀시대, 쥬얼리, 샤이니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청소년 팬들이 입장권을 구매하고 대거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행사 당일인 11일 콘서트 출연 가수들의 선금지급문제로 잇따라 불참을 통보하는 바람에 결국 콘서트가 취소됐다.
경찰은 C씨가 공연을 위해 울산MBC로부터 중도금 3억7천여 만원을 지급 받은 뒤 출연하기로 한 가수의 소속사에는 중도금 일부만 지급해 공연이 취소되는 사태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공연을 펑크낸 동방신기, 소녀시대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등 가수들의 소속사에 따르면 “공연주관사인 N기획사가 약속된 공연료 지급을 계속 미뤘고, 공연 전날 저녁까지도 입금이 되지 않아 공연불참 의사를 10일 저녁 통보했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가수가 불참을 결정한 직후 빅뱅, 쥬얼리 등의 소속사도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들의 불참통보에도 불구하고 울산MBC는 공연을 강행하려 했고, 공연 당일인 11일 낮 12시에야 공연취소 공지를 시작했다.
이날 오전 11시 SM엔터테인먼트를 필두로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는 각각 자사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공연취소를 알렸지만 이를 접하지 못한 관객들이 속속 공연장으로 몰려들면서 현장은 더욱 아수라장이 됐다.
공연장에 직접 간 중학생 A군은 “입구쪽에 전경들만 쭉 깔려 있었고 ‘오늘 가수들이 안 온다’며 행사가 취소됐다고 해서 황당했다”면서 “사과를 하는 공연 주최사 관계자는 보이지도 않은 채 전경들만 몰려든 관객을 쫓아내는 등 별 희한한 일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울산MBC는 “공연 주최사로서 공연 기획사인 N기획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공연물 제작 및 출연진 섭외 등에 관한 기본 계약을 완료했고, N기획사에는 행사 2개월 전에 가수 출연료 등을 선지급 하는 등 성공적인 공연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설명했다.
동방신기·빅뱅·원더걸스·소녀시대·쥬얼리·샤이니 등 출연예정
행사 당일 콘서트 출연 가수들의 선금지급문제로 잇따른 불참 통보
그러나 4개 소속사의 계약당사자인 N기획사와의 출연료 지급 문제로 행사 당일인 11일 오전 11시를 전후해 4개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일방적으로 출연 취소를 공지했는데 이 과정에 울산MBC와는 어떤 사전 협의나 통보도 없었다는 것이다.
울산MBC는 “우리는 정상적인 공연진행을 위해 큰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울산MBC가 주관 기획사의 미지급 출연료 등을 대납 입금하는 조건으로 공연 성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소속사 측의 거부와 취소 결정으로 부득이하게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울산MBC는 주요뉴스시간에 공개사과하고 홈페지에도 공개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울산MBC 홈페이지와 각종 포털 인터넷에는 쓴 목소리를 내는 팬들로 넘쳐났다. 팬들은 공연 전날 가수들의 불참통보를 받고도 다음날 정오에야 최소공지를 한 울산MBC를 맹렬히 비난했고, 어떤 이유에서든 예정된 무대에 오르지 않은 가수 및 기획사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갑작스러운 공연취소로 매표소 입구에서는 환불과 교통비를 요구하는 소동이 일어났으며, 일부 팬들은 밤늦게까지 남아 산발적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 지역의 청소년들은 버스까지 대절해 공연장을 찾았다. 더구나 이 자리에는 일본, 태국 등 일부 외국 관광객들도 공연을 보기 위해 단체 관람차 울산을 찾은 경우도 있어 한류(韓流)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 울산MBC에서 주관사 선정만 해놓고 안일하게 일 처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관사 선정 후 공연 준비 진행 과정을 꼼꼼히 살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관사에서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수수방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관사 선정에 있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연 기획사인 N기획사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류에 찬물 끼얹을까 우려
공연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주관사 선정 후 공연 준비는 잘되고 있는지, 입금은 됐는지 등은 주최사에서 꼼꼼히 체크해야 할 항목이다. 공연 주관사를 선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주관사로 참여한 기획사가 얼마나 많은 공연 노하우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예업계에서는 대형 공연으로 한몫 잡겠다는 한탕주의가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대형 공연은 무대, 마케팅, 홍보, 안전 등을 수개월에 걸쳐 준비해야 하는데도 N기획사는 이런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노하우 없이 무리한 기획을 추진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소속사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른 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어떤 상황이라도 팬들과의 약속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인들의 입으로 말하는 ‘사랑하는 팬들’에게 돈 때문에 이런 모습을 보여줘도 될지 깊이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