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44) 다짐

민족의 미래, 두 어깨에 달렸다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위에서는 거사 당일까지 석원 군의 정신무장을 기하는 데 주력하라 하였소. 그런데 지금 석원 군의 모습을 살피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듯하오. 그런 연유로 나는 석원 군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려 하오.”

“아닙니다. 오로지 거사만 생각할 터이니 심려 마시고 지침대로 이끌어 주십시오.”

“바로 석원 군의 그런 자세 때문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는 게요. 하여 일단 오늘은 여독을 풀고 내일은 행사가 치러지는 국립극장에 대한 현지답사를 실시할 겁니다. 아울러 모레와 글피는 자유 시간을 줄 터이니 한번 남조선 실정을 살펴보도록 하오. 물론 돌아봐야 별 거 아니지만 그래도 돌아보고 석원 군이 왜 이 거사를 성공시켜야 하는지 마음을 다지도록 하오.”

“이후는요?”

“물론 거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석원 군에게 일임할 작정이오. 그리고…”


동일이 말하다 말고 석원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왜 그러시는지요.”

“혹여 남조선에 친척들이 살고 있지 않소?”

“외사촌이 있는데 그동안 전혀 연락하지 않고 살았던 터라 남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니 남조선에는 연고가 없다 해도 무방할 듯합니다.”

“기왕에 남조선에 입국했는데 한번 찾아보는 게 어떻겠소?”

“아닙니다. 지금 찾아본다면 오히려 그 사람들이 더 당황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구려.”


동일이 잠시 생각하다가는 인정한다는 듯 말을 받았다.

이어 살짝 몸을 움직여 바지 앞주머니에 넣었던 권총을 꺼내 석원에게 건넸다.

석원이 잃어버렸던 물건을다시 되찾은 듯 소중하게 어루만졌다.

“감촉이 어떠하오?”

석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권총을 잡으니까 뭔가 느낌이 새롭게 들지 않느냐 이 말이오.”

“그저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일어납니다.”

“제대로 말하였소. 지금 우리 민족의 미래가 석원 군의 양 어깨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오. 그러니 당연히 어깨가 무거울 거요.”

동일이 석원의 답이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사전에 교육 받았겠지만 이 권총은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소. 그러니 항상 그를 염두에 두어야 하오.”

석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권총을 들어 조준하는 자세를 취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 암살 사건을 알고 있소?”


“그 부분은 미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권총이 손에 있어 그런지 석원의 답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서 시원시원했다.

동일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 링컨의 암살 과정에 대해 소상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워싱턴의 한 극장에서 존 윌크스 부스가 바로 뒤에서 권총을 발사하여 링컨을 암살하는 과정을 국립극장과 연계시켜 가며 소상하게 설명하자 석원의 눈동자가 순간순간 반짝였다.

“그러면 제가 바로 그 부스가 되는 겁니까?”

석원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그 사람처럼 반드시 성공해야 할게요.”

석원의 표정에 성공에 대한 확신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흡족한 미소로 그를 바라보던 동일이 다시 총을 건네받았다.

“이 총은 거사 당일 다시 건네 줄 거요. 물론 총알과 함께. 그렇게 알고 있고 그리고 한국말 할 줄 아오?”

“아주 기초적인 정도입니다.”

“어느 정도요?”

석원, 여독 풀고 국립극장 답사
동일 “총은 가까이서 쏴야한다”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합니다. 그러나 의미는 전달할 수 있습니다.”

석원이 박정희 대통령 암살계획을 세운 이후 틈나는 대로 한국말을 익혀왔던 터였다.

“그 정도면 되었소. 여하튼 내일 오후 두 시에 국립극장에서 만납시다.”

“어떻게 가면 되는지요?”

“호텔 입구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국립극장 가자고 하면 수월하게 찾아올 수 있소.”

동일이 간략하게 답을 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까지 배웅하려는 석원을 룸으로 들어가게 하고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팀장님, 무슨 대화를 나누셨는지요?”

모니터로 모습은 관찰할 수 있지만 대화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었던지라 경수가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동일을 바라보았다.

동일이 차분하게 잠시 전 석원과 나누었던 대화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팀장님, 어째 일이 어설프다는 느낌이 일어납니다.”

“어설픈 일을 실현하는 게 우리 임무 아니겠는가.”

“그렇긴 하지만, 거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동일이 아직도 개운하지 못한 표정으로 자신을 주시하는 경수의 모습을 바라보며 룸에 비치된 미니바에서 맥주와 안주를 가져왔다.

“막상 일을 벌였지만 나 역시도 영 개운치 않네.”

동일이 병을 따서 그대로 경수에게 건네고 자신 역시 병째 기울였다.

“방금 전 팀장께서 링컨의 경우를 살피라 주의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런데 왜?”

“정말 그런 상황으로 이끌어 가시려는 건 아니겠지요?”

“이 사람아, 그건 자네들 몫 아니겠는가?”

“이 특보의…”

“행사 당일 이 특보의 역할이 중요하네. 비록 중간에서 내가 일처리하고 있지만 결론은 행사 당일이네. 나는 그저 그날을 위해 움직이는 조연급이고.”

경수가 맥주를 병째로 기울이며 여운을 남겼다.

“모든 여건을 저 친구의 사고와 정반대로 만들어가야 할 걸세.”

“극도의 혼란에 빠트려야 한다는 말씀이시네요.”

동일이 답 대신 미소를 보내며 병을 기울였다.

오후 두 시가 다 되어 동일이 국립극장 주차장에 주차하고 밖으로 나섰다.

8월의 뜨거운 태양 열기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살짝 눈을 찡그리며 나무를 찾아 그늘에 몸을 숨겼다. 그곳에서 극장과 주변을 살펴보았다.

석원이 아직 도착 전이었음을 확인하고 담배를 피워 물었다.

깊게 빨아들였다 연기를 내뿜었다.

하얀 연기가 공간으로 힘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를 살피며 타고 있는 담배를 태양빛에 내맡겼다. 담뱃불이 한낮의 태양에 밀려 그 흔적조차 불투명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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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