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면피’ 폭스바겐 엽기행각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는 '디젤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세계 판매 1위 왕좌를 차지한 폭스바겐이 의도적으로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클린디젤'이라는 친환경이미지로 소비자 마케팅을 해왔던 폭스바겐이기에 이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파문은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관련 조사에 착수하면서 범법행위들이 끝없이 적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검찰의 칼날은 폭스바겐을 향했다. 최근 폭스바겐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시장 차별’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디젤게이트' 파문을 일으켰던 폭스바겐의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3%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폭스바겐의 판매량은 1만2463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1%(6172대)나 급감했다.

배출가스 사건 후
파격적 프로모션

▲최근 판매량 보니… = 작년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할인 및 무이자 할부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시장 방어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시장 점유율도 떨어졌다. 작년 한 해 수입차시장 점유율 14.67%를 차지했던 폭스바겐은 올해 상반기 10.68%로 3.99%나 떨어졌다. 뚜렷한 판매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폭스바겐의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 14일 환경부는 폭스바겐의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한 인증 취소를 통보했고 이는 국내에서 판매해 온 차종의 70%에 해당한다. 실질적으로 영업정지 수준의 행정처분을 예고한 것이다. 대상 차종은 2007년 이후 국내에서 판매된 경유차 18종을 비롯, 휘발유차 14종으로 폭스바겐 골프, 제타, 티구안과 아우디 A3, A4, A6, Q5 등 인기 모델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인증이 취소될 경우 폭스바겐 신차는 판매가 금지될 뿐만 아니라 기존 판매된 차량의 리콜조치는 물론 과징금도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사가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구체적인 답변이나 대응에 나서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지만 독일과 미국에서는 대대적인 리콜과 보상 합의에 나서는 상반적인 대처 모습이 국내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고, 이것이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속도 내는 수사 = 검찰은 올해 초 환경부의 고발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5개월 동안 수사한 뒤 그 결과를 환경부에 통보했다. 검찰은 애초 해외서 문제가 된 유로5 차량 배출가스 조작만을 수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폭스바겐이 2010년 8월∼2015년 2월 배출가스·소음 등 시험성적서 139건을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업체는 조작된 시험성적서를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해 인증을 받아 차량을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차량은 유로5가 적용된 골프2.0 GTD, 벤틀리, 아우디 RS7 등 총 26종이다. 뿐만아니라 휘발유 차량에서도 비리가 발견됐다.

검찰은 폭스바겐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골프1.4 TSI 소프트웨어를 몰래 바꿔 판매한 사실도 적발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인증시험에서 불합격하자 별도 허가 없이 전자제어장치(ECU)를 두 번이나 바꿔 인증을 받았다는 게 검찰측 설명이다. 전자제어장치는 배출가스 배출량과 엔진 등 차량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장치다. 소프트웨어는 내구성과 관련이 있는 만큼 소비자 안전 문제로도 연결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폭스바겐 한국법인이 미국에서처럼 실제 주행모드 때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작동을 중단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인 폭스바겐이 범죄 행위를 지시한 게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도 높은 수사 급물살…정부도 압박
김앤장·광장 선정해 행정소송 준비?

▲앞으로의 사정 방향 = 검찰은 유로6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도 의심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행된 유로6은 유로5 배출가스 허용량보다 엄격하다. 검찰은 지난달 압수한 유로6 차량이 배출가스 법정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주행을 하고 있다. 해당 차량은 2016년식 골프 1.6, A1, A3 등 3개종이다.

이 차들의 품질보증 기준은 ‘10년 또는 16만km’다. 배기가스 주성분인 질소산화물(NOx)이 km당 0.08g 이하로 나와야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다. 검찰은 약 7∼8km를 주행해야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다만 시험주행 종료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폭스바겐은 유로5 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유로6 차량 조작에 대해서는 부인해왔다.
 


유로6 차량에서 조작이 발견되면 이는 세계 최초다. 검찰의 수사는 폭스바겐 독일 본사로도 향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독일 수사당국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다. 지난 14일에는 2007∼2012년 총괄대표를 지낸 트레버 힐(54)씨 등 독일 본사 임직원 7명의 출석을 요구했다. 독일 본사가 직접 한국법인인 폭스바겐에 배출가스·소음 시험성적서와 소프트웨어 교체 등을 지시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조를 기다리며 독일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만큼 수사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선 보상
국내에선 몰라

▲대형로펌 내세워 맞불 = 위기에 놓인 폭스바겐이 국내 대형 로펌을 선정해 행정소송 준비단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행정소송과 관련해 정해진 바는 아무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21일 폭스바겐측은 행정소송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로펌을 추가했다고 해서 변호인단을 강화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법무법인 광장으로부터 자문을 받아오다 이번 환경부 행정처분 방침 이후 김앤장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당사 법무팀만으로 검찰 수사와 정부 제재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전문 변호인단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닛산이 환경부의 캐시카이 판매정지 등 행정처분에 맞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 집행정지처분을 받은 바 있어 폭스바겐도 이 같은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따르고 있다. 당시 한국닛산 변호를 맡은 로펌도 김앤장이어서 폭스바겐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당초 배출가스 조작에서 서류 조작으로 검찰 수사범위가 넓어져 커버할 영역이 커졌다”며 “현재는 전문 변호인단을 통한 소명으로 판매정지 모델 규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판매 막히나 = 폭스바겐은 지난 10년 동안 국내에서 판매해온 차량 모델 대부분이 판매 정지될 위기에 몰리면서 폭스바겐 차량 소유자와 딜러 등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아직 폭스바겐측의 입장을 들어보는 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승인 취소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태도가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정부의 승인 취소 방침이 바뀔 가능성도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승인 취소 예고 통지 단계만으로도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폭스바겐은 환경부의 승인 취소 예고장을 받고 공지한 글에서 “만일 환경부의 인증 취소가 확정되면 해당 차들을 새로 신규 수입·판매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대신 폭스바겐 측은 차량 운행, 보증 수리, 중고차 매매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정부까지 농락
사법처리 임박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인식 자체가 사태의 심각성을 폭스바겐측이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규 수입 판매를 할 수 없는 차종들이 대부분인 수입차는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고 이렇게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한 차종들이라면 당연히 중고차 시장에서도 수요가 없거나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최근 폭스바겐의 거래 건수가 전년 대비 50% 이상 급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7월 들어 폭스바겐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하루 평균 판매량이 30% 정도 감소하는 등 판매 감소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 폭스바겐 자동차를 판매해 온 딜러사들도 피해 대상으로 꼽힌다. 정부의 행정 조치로 신차 판매가 어려워진 만큼 딜러사들의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최대 딜러이자 유일하게 인증된 중고차를 판매해왔던 '클라쎄오토'는 이미 지난 5월 중고차 사업을 정리했다. 클라쎄오토 측은 지난해 9월 디젤게이트 이후 폭스바겐 중고차 거래가 급감하면서 인증 중고차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딜러들의 이탈이 본격화되면 딜러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폭스바겐 A/S 센터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는 폭스바겐 소유주들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여유를 보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시장 차별 논란 = 폭스바겐 본사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미국 내 자사 차량 소유주들에게 1인당 최고 1만달러(약 116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과 달라 배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서 공개된 ‘폭스바겐의 미국 고객 피해 및 환경오염 배상 관련 합의서’를 살펴보면 미국 소비자들은 차량을 중고차 가격으로 되팔거나 배출가스 개선 장치를 무료로 수리받을 수 있다. 환불·수리 등에 관계없이 47만5000여명의 소유주에게는 최소 5100달러(약 591만원)에서 최대 1만달러(약 1160만원)의 보상금도 준다.

상반기 판매량·시장점유율 감소
그나마 국내서 판매 정지될 위기

이 같은 합의 내용은 법원이 최종 승인을 하는 대로 실시된다. 앞으로 한 달간 배상합의안에 대한 의견 접수 기간을 거쳐 7월26일 열리는 공판에서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은 외면받았다. 폭스바겐은 합의안 공개와 함께 ‘발표된 합의안은 폭스바겐의 법적 책임에 대한 시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폭스바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원고인단 수는 6월 말 기준 총 4500여명이다.


폭스바겐그룹은 한 해 1000만대가량의 자동차를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한다. 한국에서는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등 7만여대의 차를 판매한다.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만일 한국이 ‘불매운동’을 통해 폭스바겐 차를 퇴출시킨다고 해도 영업에 큰 지장을 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한국 시장이 ‘무시’받고 있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폭스바겐이 철수하고 집단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폭스바겐) 독일 본사에는 큰 지장이 없다. 한국 법인인 폭스바겐코리아와 판매 딜러사들만 타격을 받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꼼수영업 = 폭스바겐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작년 11월 폭스바겐은 국내 시장에서 총 4517대를 판매했다. 전 월대비 377%나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판매가 급증한 것은 폭스바겐이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폭스바겐은 최대 1000만원 가격 인하 프로모션을 내걸며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당시 폭스바겐은 팔리지 않고 남아 있던 배출가스 조작 차량을 환경부 판매금지 처분 직전 모두 사들여 비난이 일었다. 폭스바겐 명의로 등록한 뒤 다시 고쳐서 중고차로 팔기 위해서였다.

폭스바겐이 되사들인 차량은 티구안, 제타, CC 등 15개 차종 460여대다. 이미 수입자동차협회 등록까지 마쳐서 수리가 이뤄지면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가 도입되면서 지난달 말 유로5 모델 판매 종료 시점이 지나면 차량들이 쓸모가 없어져 되사들였다고 해명했다.

“비도덕적 기업…
강력 조치 필요”

폭스바겐 관계자는 “이 차들에 대한 수리를 마친 뒤 판매나 기부 등 처리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배출가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극 대응으로 일관하던 폭스바겐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자동차 관련 동호회 게시판 등에는 ‘비도덕 기업 폭스바겐이 한국에서 영업을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꼼수 때문에 징벌적 배상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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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