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새누리 전대> 불붙은 막후전쟁

‘친박-비박’ 최대주주 나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막’의 뒤에서 큰손들이 움직이고 있다.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무성·최경환 등 계파 최대주주들이 막후 지원에 나선 모습이다. 이에 당권 후보자들은 앞서 계파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음에도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당대표,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도록 개정된 게임의 룰이 김·최의 영향력을 더욱 극대화했기 때문. 과연 이들 두 ‘큰손’은 누구의 손을 잡아줄 것인가.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제대로 불이 붙었다.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의 출마설이 댕겨놓은 불씨는 이제 막후 지원으로 번져가는 추세다. 불출마 선언을 한 최경환 의원과 비박계 수장 김무성 의원의 행보에 정가의 눈길이 쏠린다. 이들의 힘은 지역 표심을 결집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 이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치열한 계파 대리전 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최경환
전대 큰손들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곧 출마 의사를 밝힐 사람도 있다. 후보자 수가 많아진 만큼 경쟁 또한 점점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크게 보면 친박-비박의 진영 대결 구도다. 후보들 간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각 계파의 단일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 김·최 의원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란 게 정가의 중론이다. 이번 당권 전쟁이 결국 ‘김무성 대 최경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두 의원은 틈날 때마다 “계파를 청산하겠다”고 외쳤지만, 사실상 각 진영을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번 당권은 정권 실세 최 의원이 이끄는 친박계가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총선을 통해 비주류로 전락한 비박계와 이들에 대한 지원에 나선 김 의원의 반격이 될 것인가. 이들은 각각 독자 지지층이 두터운 만큼 전대 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최대 변수로 여겨진다.


전대 후보자들이 난립하다 보니 ‘단일화’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친박계는 친박대로 비박계는 비박대로 경선을 통해 각각 1명의 유력 주자를 뽑을 예정이다.

이러한 단일화 기조는 최근 전대 룰이 변하면서 가시화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14일, 전국위원회와 상임 전국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전대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최종 의결함에 따라 이번 전대에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분리 선출된다. 이에 기존 1인 2표제에서 1인 1표제로 바뀌게 되었고, 예비경선인 ‘컷오프’도 도입된다.

전대 룰 확정
단일화 초읽기

기존에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한 선거로 묶어 1위 득표자가 대표를, 2~5위 득표자가 최고위원을 맡았다. 후보자들 입장에선 ‘꿩 대신 닭’이 가능했던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될 분기점이 생긴 것이다. 선택을 한다고 하더라도 일정 이상의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면 컷오프 대상이 될 수 있다. 여러모로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후보자 한 명의 경쟁력보다 계파의 힘과 막후 영향력에 의존할 확률이 높아졌다. 이번 당권이 김무성·최경환의 손에 달려 있다는 정가의 예상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실제 역할에 나설 것인가. 먼저 최 의원은 불출마 선언 이후 전대에 개입하지 않을 뜻을 보였다.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전대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한 그는 최근 전대를 앞두고 해외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일각에서 이는 전대 역할론에 대한 선긋기로 해석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 의원은 오는 19일부터 영국, 벨기에 등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약 일주일 정도 해외에 체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사석에서 최 의원이 지인들에게 “조용히 있고 싶은데 나를 두고 이렇다 저렇다 얘기가 많아서 괴롭다”며 “전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싶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거리두기라는 일각의 예상에 신빙성을 높인다.


당대표·최고위원 분리 눈치작전 치열
선 긋는 최경환…귀국 이후 행보 주목

그러나 이러한 최 의원의 결정을 전대에서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보기에는 설득력이 낮다는 주장도 있다. 어찌됐든 친박계에는 서청원이라는 단일화에 있어서 최대 카드가 있는 만큼 당분간은 최 의원의 역할이 없다는 주장이다. 즉 단일화가 이루어지고 난 후 최 의원의 역할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일주일간의 해외 일정으로 전대 역할론을 거부한 것이라 보기에는 과하다는 논리다.

불출마 선언 직후 최 의원의 눈에 띄는 행보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 의원은 최근 경북 지역 의원들과 부부동반으로 만찬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당대표 경선에서 컷오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에서는 최 의원의 컷오프 도입 주장을 두고 사실상 ‘서청원 추대론’이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있다. 최 의원은 서 의원을 제외하면 마땅한 유력후보가 없다고 보는 듯하다. 불출마 선언 직전 서 의원에게 “나서달라”고 말한 것은 작은 예다.

최근 “현재 친박 후보군(이주영·이정현·한선교 등) 중에 최 의원이 ‘이 사람’이라고 딱히 지지할 만한 인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최 의원 측이 밝힌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대론은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에 사실상 서 의원으로 단일화되길 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과연 정가의 시선대로 최 의원과 서 의원이 당권 확보를 위해 전략적 동지 관계를 형성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비박계 대주주인 김 의원은 최 의원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선 모습이다.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잠행 중이던 그는 최근 기지개를 켜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 14일 당대표 2주년 기념식을 가진 김 의원은 서서히 발언 수위도 높이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약 1300여명의 지지자가 모여 세를 과시했으며 사회를 본 박성중 의원을 포함해 정병국·한선교 의원 등 당권 후보자들과 최고위원직에 출마한 강석호 의원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백의종군 최경환
귀국 후 역할론

앞서 김 의원은 익명의 측근에게 “비박계 단일 후보가 나오면 조직까지 다 동원해 정당 민주주의 완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친박계가 당권을 잡게 둘 수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김 의원 또한 최 의원처럼 선제적 조건으로 단일화를 내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전략포럼’에 참석한 김 의원은 비박계 단일화에 대해 “당선되기 위해선 당연히 단일화가 돼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방법론적으론 컷오프를 언급해 최 의원과 같은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의원은 “(당권) 후보가 난립할 텐데, 어차피 선거대책 기구가 만들어지면 거기서 컷오프 한다는 것 아닌가”라며 “컷오프하는 게 단일화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두 계파 거물의 움직임에 후보자들은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주영 의원의 경우 최 의원을 찾아가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와 관련해 최 의원은 국회 의원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백의종군을 한 사람이 무슨 지지(선언)냐”며 “일절 안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평소에 찾아오지. 불출마한 날 오면 좀 그렇지 않나”라며 “불공정 시비가 일 것 아닌가”라고 약간의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해당 발언이 나오기 3일 전 이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발표하면서 “총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던 분들이나 당의 통합을 방해하는 인사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당 운영이 돼야 한다”고 최 의원을 겨냥한 듯한 발언에 대한 앙금으로 해석된다.

원조 친박으로 분류됐으나 최근 비박 성향을 보이고 있는 한선교 의원은 연일 서청원·최경환 책임론을 꺼내들며 여론을 모으고 있다.

PBC 라디오에 출연한 한 의원은 “이제까지 당의 중심에서 당을 좌지우지했던 세력은 제외시키겠다”라며 “자신이 당대표가 되면 서청원, 최경환 의원은 2선으로 물러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총선 책임론에 대해선 “지난 총선에서 국민과 당원들이 저희에게 호된 매를 드셨다”며 “최고위에서 김무성, 서청원 대표간의 갈등이 주요인”이라고 콕 찍어 비난했다.


적극적인 김무성 “비박 후보 지지”
사드로 TK민심 흔들, 변수로 떠올라

최근 거론되고 있는 단일화에 대해선 강한 분노를 표했다.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 의원은 “일대일로 한번 붙자”며 “이게 무슨 짓이냐”고 비난했다. 이어 “당에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께서 ‘단일화를 해야 한다’라고 얘기를 하면 안 된다”며 “단일화라는 것은 계파의 존재를 강하게 인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 외 이정현 의원은 주변 상황에 관계없이 경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비박계 후보자들은 상대적으로 친박계에 비해 조용하면서도 나름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최근 당 전국원외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수평적 당청관계를 강조하며 원외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회의에서 “당이 계파 패권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이 강한 나라 당원이 강한 정당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할 때”라며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함께 당원이 중심된 아래로부터의 정당개혁을 추진해 ‘수평정당의 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당 회의에는 이성헌 원외위원장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약 50여명이 참석했다.

정 의원은 최근 김 의원을 찾아가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들을 만나 “(김 의원에게) 도와달라고 했다”며 “김 의원은 ‘열심히 하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 의원이 비박계 단일화를 돕기로 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뜻은 다 갖고 있다”며 “결국 우리가 당을 살려서 정권재창출을 하는데 뜻이 갈라지면 안 되지 않나. 그런 부분에 공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 측은 정 의원의 지원 요청에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적 ‘합종연횡’ 여부도 큰 관심사다. 알려진 것처럼 김 의원은 부산·경남(PK), 최 의원은 대구·경북(TK)의 맹주다. 이들은 지역의 표심을 좌지우지할 힘을 가지고 있다. 당의 핵심 지지층이 이들 TK·PK 지역에 몰려 있다는 것만 봐도 이들 두 맹주의 지지 없이는 사실상 당선되기 힘들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비박 결집 김무성
단일화가 해답?

후보자로 출마했거나 출마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지역을 보면 친박계는 경기(서청원, 한선교), 경남(이주영), 전남(이정현)에 분포해 있고 비박계는 서울(김용태, 나경원), 경기(정병국) 등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 즉 향후 전대의 그림은 ‘TK-충청 및 후보자 지역(친박)’ 대 ‘PK-수도권(비박)’의 대결로 압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 배치 등으로 TK 지역에서 현 정부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 친박계 입장에선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