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 새누리 당권 전쟁 중간점검

‘친박 vs 비박’ 누가 잡아도 쪼개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당권을 두고 후보자간 본격적인 레이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향방은 이전과는 차이가 있다. 앞서의 전대가 기싸움이라면 지금의 전대는 철저한 눈치싸움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이번 새누리당 전당대회(이하 전대)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13총선 참패는 새누리당의 위기의식을 고취시켰다.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당내에서 들려온다. 누가 당권을 잡느냐는 이런 ‘대선위기론’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전대를 점검해봤다.

대선위기론
전대에 영향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 구성을 마친 새누리당은 본격적인 전대체제에 돌입했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이하 혁신비대위)는 앞서 회의에서 오는 8월9일 열리는 전준위 구성을 의결했다. 위원장에는 박명재 사무총장이 임명됐다.

그 과정에서 친박-비박은 한차례 격돌했다. 권성동 당시 사무총장의 사퇴를 두고 비박(비 박근혜)계는 “친박(친 박근혜)계가 무리하게 (권 사무총장)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박계는 “비박계가 모든 걸 친박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결국 권 당시 사무총장이 자진사퇴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불똥은 새로운 곳으로 튀었다. 권 전 사무총장이 자신의 사퇴 조건으로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의 동반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비박계에서도 같은 주장을 내놨다. 당내 여성 최다선이자 비박계인 나경원 의원은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권 사무총장 사퇴가) 국민의 생각과는 괴리가 있는 것 같다. (권 사무총장 사퇴 같은)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 자꾸 반복되면서 아직도 새누리당이 정신 못 차렸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들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총장을 임명하지 않고 부총장(김태흠 의원)이 대행하는 체제는 맞지 않다”며 “빨리 후임 사무총장을 인선하고 한 달 동안 전대를 잘 치르는 수순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강성으로 분류되는 김 부총장이 전대를 준비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결국 김 부총장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앙금은 남아있었다. 김 부총장은 사퇴를 알리는 입장문을 통해 “내가 부총장직을 유지함으로 전대 준비 과정에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면, 당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부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면서도 “전대 일정, 지도체제 개편 등의 핵심 사안들을 당내 비대위원들 주도로 결정해놓고 모든 것에 친박계의 음모가 있는 것처럼 몰고 갔다. 이는 이율배반적”이라고 쏘아붙였다.

권성동·김태흠
동반 사퇴하기로

두 사람의 동반 사퇴로 계파 갈등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뇌관이라고 할 수 있는 ‘지도체제’와 ‘모바일 사전투표’가 오는 6일 의총에서 논의될 예정이어서 갈등이 재점화될 여지를 남겨뒀다.

지도체제는 당권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요소다. 현재 비박계는 ‘단일지도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친박계는 ‘집단지도체제’를 고수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집단지도체제는 당대표보다 최고위원회의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는 시스템이다. 당대표의 전횡을 막을 수 있다는 점,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민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번 4·13 총선을 통해 드러났듯 ‘봉숭아학당’ 식의 파행을 거듭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단일지도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유다. 이에 혁신비대위는 단일지도체제를 의결했는데, 친박계는 최근 수용불가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비박계는 이런 친박계를 두고 전대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단일지도체제로 전환될 경우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선거가 분리돼 시행된다. 당원들의 투표권도 1인1표가 된다. 다수의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친박계 입장에서는 그만큼 불리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해당 단일지도체제는 이미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과 정진석 원내대표, 그리고 김무성 전 대표가 모여 합의를 본 사항이다. 앞서 지난 5월 말 세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의총에서 (집단지도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정 원내대표가 말을 꺼내자 최 의원은 “맞다. 그거(집단지도체제) 고쳐야 된다. 나도 그거 고치는 것에 찬성”이라고 했고, 김 전 대표도 “그거(집단지도체제) 손 봐야 되겠다. 지금의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의견이 모아졌다는 것이다.

전준위원장에 박명재 임명전대 가시화
‘단일’이냐 ‘집단’이냐 지도체제 두고 논란

그러나 최근 최 의원을 위시로 친박계에서 입장을 선회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최 의원과 유기준, 홍문종, 정우택, 한선교 의원 등 친박계 중진 5인,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회동을 갖고 현행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최 의원의 당대표 출마가 이러한 공감대를 불러온 핵심요소라고 보고 있다. 즉 최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는 주장이다.

최 의원은 아직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당초 출마가 유력했으나 최근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총선 책임론에 대한 당내 여론이 좋지 못하다는 게 이유다. 최근 사석에서 불출마 얘기를 꺼내는 것도 이러한 점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고 있어 언제든 출마할 수 있다고 정치권은 내다본다.
 

만약 최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 기존의 이정현, 이주영 의원과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또한 홍문종 의원이 최근 TBS라디오에 출연해 “출마를 생각하고 있는데 정치인이라는 게 자기가 출마 의사를 갖는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실행에 옮겨지는 건 아니다”라며 “아직 선언을 못하고 있지만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해 구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최경환·홍문종
물밑협상 있었나?

이와 관련해 최 의원과 홍 의원간 진로에 대한 대화가 있었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다시 말해 홍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보였으니, 최 의원은 대권 도전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최 의원이 홍 의원의 당권을 위해 물밑에서 전폭적 지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중이다.

비박계도 상황이 복잡해졌다. 앞서 정병국 의원 단일 후보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 했으나, 김용태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의원은 최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수직적 당청관계를 근본적으로 고치겠다”며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와 당헌·당규를 훼손하는 외부 또는 당내 특정 세력의 자의적 당권 개입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당대표 후보군 가운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인사는 김 의원이 처음이었다.

김 의원은 연일 혁신의 메시지를 던지며 자신을 어필하고 있다. KBS라디오에 출연해 “(권 전 사무총장은) 사실 교체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바로 이런 것들이 특정 계파가 당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친박계를 겨냥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 전대에서 당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부터 좌지우지 되는 것을 막고 공당으로서의 면모를 복원하는 것, 그것을 혁신의 1호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친박 후보 난립…최경환 시그널 기다리나
기존 정병국에 김용태 가세 “판 커졌다”


비박계 후보군 중 또 다른 한 축인 정병국 의원은 곧 출마를 공식화할 것임을 알렸다. 부산의 한 호텔에서 개최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최종 세미나’에 참석한 정 의원은 기자들에게 “전대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돼 있고 뜻도 모아졌다 생각한다”며 “다만 전대 일정과 룰이 확정되는 시점에 이야기하겠다”고 전했다.

김 의원과의 교통정리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정 의원은 “전대는 누구나 뜻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나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생각과 가치관이 같다면 함께 뜻을 모을 수 있다”고 말해 연대 가능성을 열어 놨다.
 

일각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가 정 의원의 당선을 위해 전폭적 지원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양상은 최 의원의 지원을 받는 홍 의원과 김 전 대표의 지원을 받는 정 의원간의 양자 구도로 전개될 수 있다.

최근 모바일 사전투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오는 의총에서 해당 투표 도입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계파간 유불리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젊은 당원의 투표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비박계에 유리한 방식이라는 해석이 많다. 대리투표를 사전에 얼마나 예방할 수 있는가가 최대 논쟁거리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에 유리한
모바일 사전투표

그러나 아직까지 친박계가 당 주류라는 측면에서 우세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의석수 129석 중 70여석이 친박계로 분류된다. 지난 공천과정에서 비박계 의원들이 상당수 탈락해 원내를 기준으로 보면 비박계가 열세인 게 사실이다.


물론, 변수는 존재한다. 70여석 중 지역구 의원이 아닌 비례대표의 비중이 높아 투표권을 갖는 대의원, 당원들을 끌어 모으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친박계 내에서도 ‘진박 마케팅’의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어 판세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정부가 임기 말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표심이 미래 권력으로 향할 수도 있다. 결국 당권 후보들이 남은 한 달 동안 어떤 리더십을 보이느냐가 승패를 가를 관건이 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정현 ‘보도 개입’ 논란
“비판 보도 빼 달라”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때 아닌 복병을 만났다.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KBS 보도에 이 의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박한 전화 통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통제 증거 공개에 대한 언론단체 입장’이라는 자료에는 이 의원이 김 국장에게 “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 “하필이면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KBS를 봤으니, 내용을 바꿔 달라” 등의 말을 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에 이 의원의 당권 행보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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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