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대기업 돈사고 횡령왕 백태

“몇 년만 들어가 살면 다 내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대규모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임직원들에게 고액의 성과금을 지급해 비리의 온상 취급을 받던 대우조선해양이 이제 안팎으로 비판을 받는 상황이 됐다. 오너, 임원진이 아닌 ‘차장’이 수년간 저지른 비리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지난 17일 8년간 공금 180억여원을 빼돌린 대우조선해양 임모(46) 전 차장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 사건은 대중들로 하여금 기업들의 자금관리에 대한 안일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허술한 관리
새어나간 자금

어떻게 180억원이나 되는 사내 자금 횡령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가 있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러한 회사에 공적자금을 계속해서 투자해도 되는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임 전 차장은 기술자의 숙소 임대차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허위 계약을 통해 9억여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이처럼 재계의 부정, 비리는 끊이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그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자금이 사라지고 나서야 때 늦은 조취를 취하는 사례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2012년 12월 ‘삼성전자’ 대리급 직원이 100억원대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도마에 올랐다. 삼성전자 경리부서에서 근무하던 대리 박모(30)씨는 자신이 속한 부서의 이점을 통해 은행전표 등 입출금 관련 서류를 위조해 자금을 몰래 빼돌려 개인적 용도로 대부분 탕진한 것이 드러났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일선으로 복귀한 뒤 계속해서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던 시기이기에 더 큰 논란으로 불거졌다. 박씨는 횡령한 돈을 '마카오 원정도박' '인터넷 도박' 등으로 대부분 탕진한 상태였다. 이 회장은 이후로 “회사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 문화가 훼손됐다”며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감사팀을 보강토록 했다.

임원도 아닌데…‘억’소리 나는 횡령·사기
간큰 실무자들 회사 공금 빼돌려 사적 유용

2009년 1890억원을 횡령한 간 큰 부장도 있다. 동아건설 재무경제과에서 근무하던 박모(48)씨는 2004년부터 4년간 하자보수보증금 명목으로 건설공제조합에 ‘질권설정’을 한 뒤, 예치한 통장에서 477억원을 빼냈다. 돈이 예치된 하나은행 차장 김모(49)씨는 박씨의 고등학교 선배로 서류상으로만 질권설정을 하고 전산에는 입력하지 않았다.

질권설정은 자기 또는 제삼자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담보의 목적물을 채권자에게 제공하여 질권을 설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어 박씨는 2008년부터 예금청구서에 법인인감을 미리 찍어두는 수법으로 회사자금 523억원을 횡령하는 데 성공한다. 이는 고교 후배인 동아건설의 자금과장 유모(36)씨가 눈을 감아줘 가능했다. 박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회계법인의 감사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2013년 경남 통영시의 사량수협에서 있었던 횡령 사건도 볼만하다. 유통판매과에 과장으로 근무하던 안모(46)씨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100억여원을 횡령한 사건이다.

안씨는 경남 사천, 전남, 여수 등지의 중간도매상들에게 마른멸치를 구매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구매대금을 송금한 뒤, 일정액을 다시 송금 받는 수법을 사용했다. 그의 범행은 사량수협이 미수금 현황을 파악하면서 드러났다. 안씨는 타 지역으로 출장을 나갈 때 외제차를 타고 다니다 사량도에 들어오면 국산 중고차로 바꿔 타는 등의 이중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 저지른 범행도 존재한다. 포스코건설의 현장채용 사무보조원 김모(34)씨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100억여원을 횡령한 사건이다. 포스코건설은 김씨가 현장 직원 숙소를 임차했다고 허위 전표를 청구하면 본사는 확인 없이 전도금 통장으로 임차보증금을 보냈다. 현장 사무보조원은 전표를 작성하고 현장소장과 관리팀장의 내부 결재를 받은 후 청구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소장과 관리팀장은 김씨에게 결재를 할 수 있도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말단도 가능하다
직위 가리지 않아

내부 결재가 넘어가면 본사의 재무, 자금 부서에서 결제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표가 오는 대로 돈을 입금한 것이다. 김씨는 그런 허술함을 이용해 허위 전표를 작성해 범행을 시작했다. 사회가 발전하고 기업이 발전할수록 부정, 비리 역시 함께 발달했고 제도의 허점 속에 자리를 잡아 왔다. 매번 ‘투명성’을 강조하는 국가기관 역시 횡령 건으로 얼룩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2년도에는 여수의 8급 공무원이 80억여원을 횡령하는 일도 있었다. 여수시청의 8급 기능직 공무원 김모(47)씨의 사건은 수사를 진행할수록 횡령액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검찰은 “횡령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향후 수사과정에서 1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횡령은 감사원이 세무서와 시청 회계정산 과정에서 잔고가 다르다는 점을 발견해 감사에 나서면서 발견됐다. 김씨는 2007년부터 여수시청 회계과에서만 근무하면서 전체 직원의 근로소득세 일부를 빼돌리거나 직원 급여를 가로채는 수법 등으로 주머니를 불렸다. 당시 언론은 여수시의 허술한 재정관리를 지적했다. 여수시는 김씨가 퇴직했거나 전출된 동료의 명단을 파악해 가짜 급여계좌를 만든 뒤 제출한 직원들의 계좌번호만 보고 월급을 계속 송금했다.

동아건설 부장 1900억 역대 최고
대우조선 차장 180억 들고 튀어
보험왕 120억…수협 과장 100억

2015년 국세청 산하 직원이 환급금을 통해서 무려 107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횡령한 사건도 있다. 서인천세무서 재산범인납세과에 재직 중인 8급 국세공무원 최모 (33)조사관이 저지른 비리다. 최 조사관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인천 오류동 일대에 유령 무역업체 10여개를 세워 바지사장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이후 가짜 물품 거래 자료를 통해서 한 무역업체에 매입 실적을 몰아줬고, 국세청 홈페이지 홈택스를 통해 허위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다. 그는 발급받은 허위 전자세금계산서를 매입자료로 활용하여 총 9차례에 걸쳐 100억7000만원여의 부가세를 횡령했다. 최 조사관과 일당은 물건이나 2차 사업자의 경우 매출세액보다 매입세액이 많으면 그 차액인 부가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위 사건들은 재정관리의 허술함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범행을 저지른 이들은 실무자이기에 소속처의 빈틈을 쉽게 찾아 틈새 도둑질이 가능했다.

금융계도 마찬가지다. 2013년에 있던 국민은행의 '국민주택기금 약 100억원 횡령 건'은 국민은행의 신용도를 크게 떨어렸다. 이 사건은 국민은행 본점 신탁기금본부 직원들이 공모해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한 국민주택채권을 위조 후 판매하는 수법을 통해 돈을 빼돌린 사건이다.

수사 초기에는 신탁기금본부와 영업점 직원 3명의 범행으로 알려졌으나, 수사가 진행되며 범행에 관여한 이들이 10명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루된 직원 중에는 과거 감찰반에 근무했던 직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국민은행은 경영쇄신위원회를 만들어 불거진 문제점의 원인을 진단하고 쇄신책을 내 놓기로 했다.
 

2000년 울산종금 서울지부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이모(38)씨는 회사가 현대증권 MMF(머니마켓펀드)계좌에 맡겨놓은 100억여원의 자금을 2차례에 걸쳐 인출한 일도 있다. 이씨는 이 사실을 은닉하기 위해 현대증권이 울산종금에 제출하는 잔액 증명서를 중간에서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회사는 멍∼
금융업도 구멍


자금이 사라지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야 알게 되는 것은 기업뿐만이 아니다. 소위 ‘사기행위’에 애꿎은 돈을 투자하고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있다. 금융권의 전문적인 지식을 이용해 현혹하는 수법은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가 힘들다.

2012년 국내의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배모(37)씨의 행적을 보자. 그는 어느 정도 투자를 해 본 이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10년 전 배씨는 회사의 이름과 펀드매니저라는 신분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자신이 만든 가짜 펀드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8% 확정금리라는 미끼를 통해 배씨는 투자를 유치했다. 허황되게 많지도 않고 아까울 정도로 적지 않은 안정적인 금리에 자산가들은 주머니를 열었다. 한 투자자에게는 최대 23억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10년간 이루어지던 그의 횡령은 어떤 투자자가 은행에서 자신이 가입한 펀드를 자랑하면서 막을 내렸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품이라고 판단한 은행 창구 직원은 배씨의 회사에 문의 전화를 하게 된 것이다. 결국 배씨의 회사의 자체 조사로 인해 그가 판매하던 펀드가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배씨는 투자자 27명으로부터 200여차례 100억원 이상을 받아 횡령했다.

2011년에는 ‘보험왕 사건'이 있다. 사람간의 신뢰를 악용한 사례로 A생명보험사의 보험왕 출신 보험설계사 이모(47)씨가 벌인 행각이다. 동대문과 명동 일대 상인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환치기 비용 횡령건은 상인들의 이씨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됐다.

환치기는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각의 계좌를 만든 뒤, 국내에서 의뢰인이 한화를 중개업자의 계좌에 입금하면 외국에 있는 자신의 계좌에서 그 나라의 화폐로 금액을 지불받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이다. 이씨는 상인들이 일하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10년간 매일 시장에서 고객관리를 하며 신뢰를 쌓았다.


상인들은 점차 이씨에게 마음을 열었고, 친인척처럼 따르기 시작했다. 범행은 그렇게 신뢰를 쌓은 뒤 2009년 일어났다. 이씨가 상인들에게 환치기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월 6%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속임수를 펼친 것이다. 이씨는 그렇게 100여명의 사람들에게 받은 약 117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한국은행 총재와의 친분이 있다는 거짓말로 사람들에게 접근한 40대 여성이 지난 9일 검거됐다. C(49)씨는 2009년 통영의 유명 학원 강사로 시작해 학원의 부원장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동료 강사와 학부모 등 주변 지인들에게 고가의 가방과 화장품 등을 선물하며 환심을 사며 친분을 쌓으며 사심을 드러냈다.

C씨는 지인들에게 “은행권 상위 1%의 VIP 고객 극소수만이 아는 투자방법이 있는데 원금 보장에 월 5%의 고수익 보장된다”며 투자를 권했다. C씨는 그렇게 지난 4월까지 7년간 지인 11명에게 269회에 걸쳐서 100억8200만원을 받아냈다. 투자금액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C씨의 사기행각이 밝혀지게 되었다. 경찰 조사결과 C씨는 피해자들에게 “서울 유명사립대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은행 총재와도 친분이 있어 같이 밥을 먹는 사이다”라고 자신을 과시했지만, 이는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가상화폐를 통한 사기건도 눈길을 끈다. 문모(43)씨는 지난 2013년부터 올해 4월까지 경기도 안양에 무등록 다단계 업체를 차렸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본사에서 만든 가상화폐를 사면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였다. 가상화폐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일반 화폐와 달리 컴퓨터 등에 정보 형태로 남아 사이버상으로만 거래되는 화폐를 뜻한다.

‘믿었는데…’
신뢰의 함정

가상화폐가 실질적인 금액으로 써의 가치를 지니려면 시중에서 현금 교환이 가능해야 하거나 발행업체가 가상화폐의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실질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문씨가 판매한 가상화폐는 현금으로 환전 할 수도 없고 시중에서 유통도 불가능한 가짜였다. 문씨는 가짜 가상화폐 판매를 통해 수백명으로부터 900차례에 걸쳐 모두 100억원을 받아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