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로 피본 사람들

큰소리 떵떵 치더니…쥐 죽은 듯 조용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신공항 사업이 백지화됐다. 이번 결정을 두고 정부가 우유부단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 카드로 일단락됐지만 정치권과 밀양-가덕도에 이해관계를 둔 지자체 장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신공항 입지 용역을 수행해온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장 마리슈발리에 ADPi 수석엔지니어는 “기존에 나와 있던 옵션 2개를 비교한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단계를 밟았다”며 “여러 단계 검증을 거쳐 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 김해공항 확장 등 3개 후보지로 최종 압축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웃고 있는 지도부
울고 있는 지역의원

정부 발표를 두고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가 미래를 최우선 고려해 얻은 최선의 결론인 만큼 이를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논의 끝에 김해 신공항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수용 입장임을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정부는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여러 걱정을 더는 일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새누리당도 정부, 청와대와 혼연일체가 돼서 성공적인 신공항 건설의 준비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부의 발표에 반색을 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를 제외한 정치권에서는 신공항 백지화 발표를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PK(부산·경남)의 가덕도, TK(대구·경북)의 밀양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정치인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되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난 것에 대해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유 의원은 신공항 대책 중진간담회에 참석해 “결론이 내려진 만큼 지역 간 갈등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도 “김해공항에 대해 영남권 허브공항으로 쓰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정부 스스로 이야기해 왔다. 이제 와서 갑자기 (김해공항이) 최선이라고 하니 부산은 물론 대구도 주민들이 납득을 못한다”고 정부 측의 분명한 해명을 요구했다.
 

유 의원과 마찬가지로 대구지역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더민주 김부겸 의원은 백지화 결정에 대해 “또 한 번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21일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입장발표를 통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2000만 남부권 국민들의 경제 활성화 꿈이 또 한 번 꺾였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밀양신공항 유치에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9일에는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신공항이 밀양에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해공항 확장 결정…밀양·가덕도 대혼란
여야 지도부 긍정적…지역 의원들 “큰일”

지난 7일에는 밀양 유치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대구지역 의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해 “밀양신공항 유치는 대구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예전부터 여기(남부권신공항 추진위)에서 자문을 했다”며 “부산은 현재 영남권 신공항 추진을 무위로 돌린 뒤 가덕도에 민자를 유치하려는 것 같은데, 신공한 유치 경쟁의 정치 쟁점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해 경쟁지역인 가덕도 추진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번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신공항은 유일한 남부권 경제 회생의 활로로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시민사회와 함께 향후 대책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민주에서는 김부겸 의원 뿐 아니라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도 난감한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줄곧 가덕도신공항 유치를 주장해왔다.

지난 9일 문 전 대표는 더민주 부산시당 관계자 등 100명과 함께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방문해 “신공항은 안전하고, 소음피해 없이 24시간 운영가능 하며, 필요한 경우 언제든 추가 확장이 가능한 곳, 나아가 해상운송, 육상운송과 함께 복합적 물류효과를 낼 수 있는 곳에 건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13총선에서 부산지역 내 5명의 의원이 당선될 경우 가덕도 유치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내놓은 현재 문 전 대표는 네팔에 있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귀국해서 신공항 문제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야권의 대권주자인 그가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 한 쪽에 치우친 입장을 취할 경우 자칫 표심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지금 섣불리 입장을 발표하는 것보다 진행되는 상황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직 건 시장
“믿기 힘든 결정”

이처럼 영남권에 지지기반을 둔 여야 대권주자들이 신공항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이유는 경제 파급효과 때문이다. 신공항 후보지였던 밀양의 경우 신공항 건설 시 약 18만∼26만 명의 일자리, 12조∼17조 원대 생산 유발효과가 예상된다는 대구경북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부산발전연구원은 가덕도 신공항 역시 15만 명대의 일자리, 11조 원대 생산 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5~10조에 달하는 신공항 건설비용은 100% 중앙정부가 지원한다. 10여년에 달하는 건설기간동안 일자리 창출, 물류비용 절감, 관광객 증가를 비롯한 지역 브랜드 가치 상승 까지 생각하면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사업인 것이다.

이처럼 경제 효과를 유발하는 신공항 유치전에는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장들도 줄 초상 분위기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가덕도신공항 후보지를 찾아 “가덕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당시 서 시장은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박빙의 경쟁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조건부 시장직 포기’ 발언은 승부수로 통했다. 서 시장은 개표 결과 불과 1.6% 차이로 오 후보를 이기고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선거 이후 2년여 동안 그는 신공항 유치와 관련해 ‘가덕도신공항 유치에 실패할 경우 시장직을 내놓을 것이냐’는 질문에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발언을 이어왔다.
 

정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서 시장은 강한 유감을 표했다. 서 시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은 360만 부산시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4반세기 시민 염원을 철저하게 외면한 오로지 수도권의 편협한 논리에 의한 결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저와 부산시민은 김해공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신공항 논의에서 어떻게 또 다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이 결정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치적 결정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 시장은 가덕도 유치에 실패한 만큼 향후 거취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 시장의 거취에 대해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자체 발전을 위해 강단 있는 모습으로 주민들에게 신뢰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의원은 “서 시장이 부산시민들에게 어떻게 본인의 사퇴입장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사실은 김해공항도 부산”이라며 “꼭 가덕도가 아니라고 해서 경직된 모습을 보인다면 올바른 부산시장의 모습이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병수 시장과 함께 가덕도 유치를 주장했던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도 부산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서 시장이 시장직을 두고 성급하게 결론내기 보다는 신중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정치인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책임들을지지 않으니까 국민들로부터 정치가 불신을 받는 것 아니겠느냐”며 서 시장을 압박했다.

시장직 건 부산시장 거취 주목
TK 쪽도 민심 부글…누가 총대?


밀양 신공항을 지지했던 권영진 대구시장도 신공항 백지화로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다. 서 시장과 같이 시장직을 내걸지는 않았지만 권 시장도 신공항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권 시장은 지난 21일 신공항 백지화가 결정된 당일 대구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거꾸로 돌린 어처구니없는 결정으로 유감을 넘어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김해공항 확장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었음에도 결과적으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사안에 대해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양 신공항 유치에 힘을 쏟은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쓴 소리를 냈다.
 

김 도지사는 “정부의 이번 발표는 황폐화된 지방을 살리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신공항을 염원해 온 대구경북 시·도민의 꿈을 무너뜨렸다.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대구시 등 영남권 4개 시·도의 여론을 모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도지사는 신공항 건설이 밀양,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서는 김해공항 확장 결정은 사실상 백지화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에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정부의 이번 결정을 대체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홍 지사는 신공항 백지화 발표 직후인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결정이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결정 수용 의사를 밝혔다.

홍 지사는 “신공항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돼 정부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냈을 것”이라며 “공항 문제는 국가의 백년대계이므로 경남도의 입장에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영남권 신공항 유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 가덕도 유치에 시장직을 건 서병수 부산시장과 달리 신공항을 경남에 유치해야 한다는 공약은 내세우지 않았다. 23일에는 “또 다시 일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신공항 사기를 획책한다면 이번에는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뿔난 의원들
재추진 결의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등의 거점을 둔 의원들도 단단히 뿔이 났다. 더민주 부산지역 의원 5명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결의했다. 당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신공항 용역조사에서 안전성 항목이 제외된 점 등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설 방침을 세웠다.

더민주 부산지역 출신인 김영춘·박재호·최인호·전재수·김해영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해공항 확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2011년 가덕도신공항이 무산된 것에 이은 이번 발표는 대단히 유감스럽고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이들은 “김해공항이 확장된다 하더라도 소음 등 문제로 24시간 운항이 불가하다”며 정부의 이번 결정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가덕신공항유치추진위원장인 최인호 의원은 “용역 과정에서 나타난 것에 따르면 장애물 문제가 독립적 평가항목에서 빠진 점이 항공법에 위배된다”며 “장애물 문제가 국토부의 방침과 어긋나는 게 드러났는데도 용역업체에 지침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리당국의 직무유기 부분을 진상조사단 활동을 통해 밝힌다는 방침이다.

특히 “서병수 부산시장이 독자적으로 가덕도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는 점은 우리의 뜻과 동일하다”며 “부산시가 구체적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 한다면 우리도 힘을 모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덕도 신공항의 재추진을 위해 새누리당과의 연대까지도 고려한 모습이다.

새누리 부산시당은 김해공항 확장안에 아쉬움을 표했다. 부산시당은 지난 22일 “가덕신공항이 아니라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돼 아쉬움이 남는다”며 “김해공항을 확장해 현재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항공수요를 소화하고, 향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가덕신공항 건설을 계속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자택일 딜레마
환영 못받은 결과

김해공항 확장안을 두고 정치평론가는 “밀양이든 가덕도건 어느 한 곳을 선택하는 순간, 탈락한 곳의 극심한 반발이 있고 더군다나 임기 말에 있어서 굉장히 국정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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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