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의 상임위' 배정 앞과 뒤

뺑뺑이 돌려 의원님 자리 배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상임위 배정이 마무리됐음에도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천명했음에도 의원들의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당리당락’에 따라 입맛대로 의원들을 끼워 맞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몇몇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또한 새누리당이 상임위원장과 간사 자리에 친박 성향의 인사들을 전진 배치시켜 내년 대선을 잡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20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 18개 상임위 구성이 완료됐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몇몇 상임위에 대해 ‘분리·통합론’이 제기됐었다. 환노위처럼 서로 관련성이 크지 않은 부분(환경·노동)이 하나의 상임위로 되어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그러나 여야 지도부는 기존 18개 상임위 그대로 간다는 것에 합의했고, 분리·통합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도부 결정에 대한 의원들의 이의제기도 크지 않았다.

엉뚱한 배정

그러나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으로 넘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야 지도부와 국회의장은 상임위 배정에 반발하는 의원들의 원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국민들의 여론에 직면해 있다. 당리당락만을 고려해 의원들을 장기말처럼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몇몇 의원들은 이번 배정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무소속 윤종오 의원은 “엉뚱한 상임위 배정”이라며 “민의와 전문성을 모두 등지는 결과”라고 말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축구 선수가 농구장에 놓인 느낌”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윤 의원과 추 의원은 국회의장과 교섭단체들에게 재고를 요청한 상태다.

두 의원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하나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교섭단체들의 상임위 나눠먹기가 존재한다.


당초 윤 의원은 환노위 배정을 희망했다. 민주노총 출신인 윤 의원으로서는 당연한 지원이었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을 지낸 이력이 있어 환경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상임위는 환노위가 아닌 미방위로 결정됐다.

정치권에서는 인기·비인기 상임위의 원리가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환노위는 의원들 사이에서 비인기 상임위에 속한다. 반면 지역 현안을 풀 수 있는 국토위는 대표적인 인기 상임위다. 그러나보니 지원자 수에서 차이가 나고 결국 상임위 위원수의 차이로 연결된다. 일례로 환노위 위원의 수는 16명인데 반해 국토위는 31명이다.
 

이 중 비교섭단체 의원 몫으로는 1명만이 배정된다. 환노위도 마찬가지다. 이 한 자리를 두고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윤 의원이 경쟁했고 결국 이 의원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 의원이 경쟁에서 이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통상 이럴 경우 정원 조정이 이루어진다. 20명을 채우기 힘든 비인기 상임위라면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환노위는 지망한 의원이 16명뿐으로 20명을 채우지도 못했는데, 비교섭단체 의원이 한 명 더 지원한다고 해서 못 받아들일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조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윤 의원은 미방위로 배정됐다. 문제는 윤 의원의 이동으로 다른 상임위에 ‘도미노 현상’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윤 의원이 미방위 배정은 해당 상임위를 희망했던 추 의원의 외통위 배정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연쇄작용이 벌어진 것이다.

의원이 장기말? 교섭단체 횡포 논란
간사에 친박계 전진 배치…계파 여전

생소한 분야를 맡게 된 두 사람은 답답함을 토로한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는데 전혀 다른 분야로 가게됨에 따라 4년이란 임기 동안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될까 우려한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총 전략후보로 61.49%라는 노동자와 주민들의 지지로 (내가) 당선된 것은 노동법 개악과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저지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는 민의가 반영된 것”이라고 환노위로의 조정을 요청했다.

비단 두 사람만 전문성과 동떨어진 상임위로 가게 된 게 아니다. 이들 외에도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 정종섭 의원은 행안위가 아닌 국토위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었던 윤상직 의원은 산자위가 아닌 법사위로, 기획재정부 국고국 계약제도과장을 했던 김정우 의원은 기재위가 아닌 안행위로 가는 등 그 사례가 결코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과연 전문성을 배제하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을 지 벌써부터 회의적인 반응이 흘러나온다.

 

‘친박 인사’들이 대거 간사로 임명돼 계파 논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교문위 간사로 뽑힌 이장우 의원을 비롯해 농축위 김태흠 간사는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들이다.

두 사람은 ‘김용태 혁신위’ 출범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행동파적인 기질이 있다.

그 외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잘 알려진 국토위 이우현 간사,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인 예결위 주광덕 간사, 법사위 김진태 간사, 정무위 유의동 간사, 기재위 이현재 간사, 미방위 박대출 간사 등도 친박계로 통한다.

중진 이상이 되면 상임위원장 자격이 주어지는 것처럼 통상 간사는 재선 의원들에게 돌아간다. 이들에게는 ▲회의 날짜 ▲우선 심의 법안 등을 결정하는 권한이 주어진다. 정치권 안팎에서 “진짜 ‘실세’는 상임위원장이 아니라 간사”라는 주장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특히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들 간사들의 협상력이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간사에 이어 상임위원장 자리도 친박계 전진 배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례로 전반기 기재위원장을 뽑는 과정에서 친박계가 조경태 의원에게 몰표를 던져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의원은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선수가 높아서 (당선)됐다”고 말해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상임위원장·간사 임명을 두고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박근혜정부 레임덕을 늦추는가 하면 내년 대선을 노린 사전정지작업 아니냐는 해석이다. 결국 청와대와 교감하는 인사들이 법안 처리에 있어서 ‘게이트 키핑’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청와대 의중?

각 상임위에는 앞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뜨겁게 달굴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환노위에는 ‘노동4법’이 있고 미방위에는 내년으로 예정된 ‘방송통합’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상임위 배정 문제도 그렇고,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대선을 앞두고 자칫 야권에 밀리는 모습을 보일까봐 우려했을 것이다. 여소야대 국면이라 부담감은 더욱 컸을 것”이라고 이번 사태를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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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