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한국 대표 채색화가 이숙자

“몸의 아름다움, 만개한 꽃처럼 보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국내 채색화의 맥을 잇는 대표작가 지향 이숙자(1942∼)의 ‘초록빛 환영_이숙자’ 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오는 7월17일까지 열린다. 이숙자는 채색화의 정통성과 한국화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헌신해 온 대표적 채색화 화가다. 반세기에 걸친 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채색화로 개인전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적 소재와 여성 누드로 크게 구분되는 작가의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민예품’ ‘보리밭’ ‘한글’ ‘백두산’ ‘소’ 등 한국적인 정서를 대표하는 소재를 다룬 50여점과 원죄를 짓기 이전의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담고자 했던 ‘이브’ 시리즈 작품 10여점이 전시 중이다.

천경자 등에게 지도

이숙자는 홍익대에서 수학하며 천경자(1924∼2015), 김기창(1913∼2001), 박생광(1904∼1985) 등에게 지도 받았다. 이들은 근대 한국채색화의 맥을 이었던 대표적인 화가들이다. 1963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하 국전) 입선 이후 1980년 국전과 중앙미술대전에서 동시에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한 때 채색화를 일본화와 동일시하는 해방 직후의 왜곡된 인식과 친일작가 논란으로 조명 받지 못했으나, 채색화의 뿌리가 일본이 아닌 한국에 있다는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일관되게 작업을 이어왔다.
 

이숙자는 50세가 되던 1992년, 본인의 화두였던 ‘한국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업을 남기고자 백두산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1999년, 직접 백두산을 등정한 후에야 백두산 천지의 모습을 담은 채색화 ‘백두산’(2001)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가로 길이만 약 15m에 달하는 대작이다.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서 채색화 개인전
‘한국 소재+여성 누드’ 테마 중심으로 구성

이숙자의 작품세계를 이루는 또 다른 축인 여성 누드화 시리즈는 작가가 대학 시절부터 진행해온 누드 드로잉을 바탕으로 한다. 누드화는 1989년 ‘이브의 보리밭 89’를 시작으로 한국적 소재의 작품들과 교집합이 형성됐다. ‘생명에 대한 직설적 예찬’은 두 영역을 관통하는 공통점이다.
 

이브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가부장 사회에서의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의 이미지와 다른 당당하고 도발적이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 이브는 수치심과 출산의 고통을 알기 이전, 즉 원죄 이전의 낙원에서 자유롭고 생명력이 넘치는 이미지를 구현했다. 작가는 신의 창조물인 몸의 아름다움을 만개한 화려한 꽃을 볼 때와 같이 왜곡되지 않은 시각으로 감상할 것을 제안한다.

내면적 기호 발견

이숙자의 작업은 ‘민예품’ ‘보리밭’ ‘소’ ‘한글’ ‘백두산’과 같은 한국적인 소재들과 ‘이브’ 시리즈로 크게 구분된다. 이번 개인전에선 이러한 소재의 특성을 전시구성에 반영했다. 그러나 작가는 “표면적인 소재 자체가 한국성의 표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미술관 측은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한국인의 공통된 정서와 같은 내면적 기호를 전시를 통해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shin@ilyosisa.co.kr>

 


[이숙자 화백은?]

1942년 서울생.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교대와 고려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지냈고, 2013년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미술진흥 부문을 수상했다. 천경자 화백의 직계 제자이자, 일명 보리밭 화가로 불린다. 채색화를 소재로 작품 속에 한국 고유의 정체성과 정서를 담는 것에 주력해왔다. 백두산과 보리밭, 여성 누드화 연작이 유명하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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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