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군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 조성 논란

‘혈세’ 57억원 들여 장군님 기념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강원도 철원군서 때아닌 박정희 논란이 수년째 진행 중이다. ‘군탄공원’이라는 정식명칭을 두고 지역 보수성향 사회단체들이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이라는 표지석을 공원 입구에 세우고 군청과 함께 명칭 변경을 진행해왔다. 이미 2번이나 도지명위원회에서 딱지를 놨으나 공원을 재단장해 올해 안으로 재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청은 현재 공원을 2배로 확장하는 공사와 진입로 확포장공사, 군탄공원 힐링코스를 조성 중이다. 도비와 군비를 포함해 국비까지 무려 ‘57억원’의 혈세가 들었다. 오는 8월13일 준공이 확정된 공원 안엔 또 다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조형물까지 들어선다.         

쿠데타 장본인

군탄공원의 조성 당시 명칭은 ‘육군대장 박정희 전역지 공원’이었다. 공원 일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1년 5·16군사쿠데타를 일으킨 후 2년 3개월 뒤인 1963년 8월 퇴역하면서 “다시는 나와 같은 불우한 군인이 되지 말자”는 전역사를 한 곳이다. 당시는 박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이었다. 그는 1963년 8월,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육군 제5군단 비행장에서 군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육군 제5군단이 1969년 전역비를 세웠고, 1976년 청와대가 주도해 공원화사업(5만5000㎡)을 추진하면서 ‘육군대장 박정희 전역지’로 불렸다. 1988년 노태우정권 시절 ‘5·16’이 군사쿠데타로 규정되면서 행정구역명을 딴 ‘군탄공원’으로 개명했다. 지난 2000년 철원군번영회 등이 박 전 대통령 전역지 되찾기 운동을 벌였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무산됐다.

철원군은 지난 2012년 지역 사회단체들로 구성해 발족한 ‘육군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지 유적공원화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함께 공원 명칭을 ‘박정희 장군 전역기념공원’으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강원도청은 2013년과 2014년에 열린 두 차례의 지명위원회에서 철원군의 지명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청 측은 “역사 유래가 있는 고유지명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보류했다.


그러나 철원군은 공원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는 올해에 다시 명칭 변경안을 도에 제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명 변경은 군지명위원회와 도지명위원회를 거쳐 국가지명위원회를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도에서 통과가 된다고 해도 중앙에서 보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군청 측은 지난해 공원 조성사업에 관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처음엔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이라는 명칭으로 발송을 했다가 군탄공원으로 수정해 재발송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7월엔 박근혜 당시 대통령후보가 철원을 찾은 자리에서 부친의 기념비에 대해 철원군수에게 묻기도 했다. 지난 1989년 김종필 당시 공화당 총재가 군탄공원을 찾아 지구당 간부들에게 기념탑 보수와 관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도 2014년 12월에 추진위가 세운 공원 입구 표지석 앞에서 “육군대장 박정희 전역공원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사실상 지난 수년간 박정희 전역공원은 철원군의 '뜨거운 감자'였다. 군청으로 항의성 민원 전화가 폭주했고, 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에서 군민들의 찬반 의견이 뜨거웠다. 특히 지난 2014년, 명칭 변경을 도지명위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같은 해 9월, 추진위가 주도해 세운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이라고 씌여진 표지석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표지석은 추진위가 군민모금운동을 벌여 높이 9m, 폭 3m 규모로 설치한 것이다. 이현종 철원군수, 한기호 전 국회의원과 지역주민이 낸 성금 3400만원으로 건립됐으며, 이 군수와 주민 150여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표지석엔 “5000년 역사의 바다에 박정희 장군이 남긴 항해의 흔적은 너무나 크고 깊다. 군사정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장군의 고뇌가 서려 있는 이곳을 40년 전 본래의 이름을 되찾아 후세에 전하고자 한다”는 찬양 일색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추진위 측은 명칭을 복원하면 누구나 한 번씩 방문하는 안보관광지로 활성화시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군탄공원 내엔 현재 1969년에 육군이 세운 것과 2014년에 민간이 주도해 세운 2개의 대형 비석이 존재한다. 최초에 세워진 기념비는 기단 높이 1m, 비신 높이 4.39m로, 몸체엔 ‘육군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기념비’라고 새겨져 있다. 그럼에도 철원군청은 확장공사 후 문을 여는 공원 내에 또 다시 “박정희 장군의 일대기를 담은 전역 기념 조형물을 제작해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철원군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박정희 장군의 어록과 업적을 새겨 넣어 7월 중에 조성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와 서명도 들어간다. 공원 조성엔 국비, 도비, 군비를 포함해 45억원이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도지명위 두 차례 ‘불가’ 통보했으나 재추진
대형 기념비만 3개…누구를 위한 공원인가?

군청에 따르면, 인근 국방부 부지를 사들여 2만4000㎡ 규모의 공원을 4만138㎡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으로 현재 9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조형물을 포함해 광장, 주차장, 야외무대 등 재단장에 45억원이 들었으며, 43번 국도와 연결되는 진입로 확포장공사엔 추가로 군비 6억원이 소요됐다. 또 공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신철원~군탄공원을 잇는 산책로를 현재 공사 중이다.

‘군탄공원 힐링코스’라고 이름 붙인 산책로는 지난해 11월에 착공해 오는 8월4일 준공 예정이다. 총 길이 0.85㎞, 폭 4m로 조성 중이다. 힐링코스에도 보상비용을 포함해 군비 6억원이 들었다. 전체 예산 57억원 중 27억원이 국비로 충당됐다.

군에선 공원 재단장 이유로 시설 노후와 공간 협소, 낮은 접근성, 다양한 문화체험 제공, 지역경제 활성화, 안보관광지 등 관광자원 개발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역 시민사회선 수년째 계속되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또 공원을 새롭게 꾸민 것도 명칭 변경을 위한 전 단계로 보고 있다.    

군청 측은 명칭 변경 추진에 대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 군청 차원에서 추진사항도 없다. 명칭도 민간단체에서 한 거다. 우리가 나서서 명칭을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건 없다. 재추진하고 그런 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도 있고 비판적인 사람도 있어서 중립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며 “현재 딸인 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있다고 해서 그 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아니다. 확장 취지는 전역공원에 초점을 두기보다 휴식공간 제공, 군민 정주여건 개선, 시설 재정비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군민은 “정권이 딸로 바뀌니까 옛날 명칭으로 돌아가려는 거다. 잘 보이고 싶어서 계속 줄 서기하는 것”이라며 “철원이 전쟁을 직접 겪은 지역이라 보수적이다. 보수적 환경에 묻혀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이 군민은 또 “추진 이유로 관광자원화를 꼽지만 빼어난 절경을 가진 한탄강도 그렇게 못하는데 그게 되겠나”라고 반문하며 “박정희라는 이미지만 빼면 그냥 평범한 공원이다. 몇십억원씩 쏟아 부으면서 지자체마다 뭐든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은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진행 중이다. 경북 구미를 필두로 서울 중구, 마포구 상암, 경북 포항, 문경, 청도군, 강원도 양구, 울릉도 등에서 지자체예산과 국비가 함께 투입되며 ‘박정희 업적 기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념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주목받던 지난 2012년께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정신 빠진 철원군

김용빈 철원군농민회 정책실장은 “공과 과가 있는데 기념이라고 하면 공만 하겠다는 것인데, 자충수를 두는 거다. 역사의 진실이 규명되는 날이 오면 지금 한 부끄러운 짓을 어떻게 할 거냐”라며 “(관에서) 공원시설에 공과를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현판, 게시판, 비석 등으로 과에 대한 기록도 공에 대한 표시 옆에 나란히 우리 명의로 남기겠다. 지역주민의 의사가 다양하게 표출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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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