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 ‘수상한 세풍’ 막후

그룹 매출 절반 '핵심 계열사' 털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잘 나가던 코오롱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세무당국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아직까지 회사 측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조금 다르다. 단순 통과의례쯤으로 보기에는 영 석연찮다. 자칫 코오롱그룹을 덮친 ‘세풍’이 거대한 먹구름을 몰고 올지도 모를 일이다.

재계 순위 32위(공기업 제외)인 코오롱그룹이 국세청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14일부터 코오롱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 수십 명이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코오롱인더스트리를 불시 방문해 회계장부와 컴퓨터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뭔가 걸렸나

국세청의 집중조사 대상은 코오롱그룹의 순수 지주회사인 (주)코오롱과 화학·산업자재를 다루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몸이었던 두 회사는 코오롱그룹이 200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분할됐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그룹 내 매출의 약 절반을 벌어들이는 핵심 계열사다. 이웅열 회장의 장남 이규호씨가 상무보 직책으로 4세 경영수업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국세청이 수상한 자금의 흐름을 파악한 것 아니냐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번 세무조사가 검찰 고발과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별 세무조사의 주체가 회사 소재지 관할 중부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라는 점에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상 국세청에서 벌이는 정기 세무조사는 조사1국과 조사2국이 담당하고 조사3국은 기업의 상속·증여세 및 양도소득세 등 재산세, 자본거래세 분야를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세청 중수부’라고 불리는 조사4국은 특별 세무조사를 맡는다. 주로 기업의 비자금, 횡령, 탈세 등의 무거운 의혹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일정을 통보한 후 시작하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특정 혐의가 인지된 경우에만 조사에 착수한다.


물론 올해 들어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이 코오롱만 있는 건 아니다.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건설 역시 세무조사를 받았다. 다만 재계는 롯데건설에 대한 세무조사를 5년마다 돌아오는 정기 세무조사로 이해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반면 (주)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4년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전례가 있다.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정황상 비정기 세무조사라고 보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국세청 핵심 조사4국 특별 세무조사
시한폭탄 작동…이유 두고 설왕설래

업계에서는 세무조사 배경으로 코오롱이 듀폰(Dupont)과의 소송을 종료하는 과정에서 자금의 흐름을 회계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코오롱과 듀폰은 2009년부터 아라미드 섬유를 사이에 두고 격렬히 대립했다.

소송은 듀폰이 방탄복에 쓰이는 아라미드 섬유에 대한 기술을 코오롱이 빼돌렸다고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코오롱이 듀폰의 핵심 인력을 채용한 게 문제가 됐다. 코오롱은 듀폰이 오히려 미국 진출을 방해한다며 맞고소했고 양사의 갈등은 6년 간 이어졌다.

지리멸렬한 소송전은 영업 비밀을 빼돌린 것을 인정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난해 4월 듀폰 측에 3억6000만달러을 배상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소송비용 증가와 미국 시장 진출 지연에 따른 악영향이 코오롱의 배상금 지급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막대한 벌금은 부담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자사의 아라미드 섬유를 유통시킨다면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계산이었다.

2014년 11월 타계한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보유지분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상속세 포탈 혐의가 발각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 경우 칼날은 이웅렬 회장과 자녀들, 친인척들을 겨눌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이밖에도 세무당국 주변에서는 온갖 소문이 무성한 상황이다. 국세청이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는 관측뿐만 아니라 국세청에 밉보인 코오롱이 ‘괘씸죄’에 걸린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롯데그룹, 현대기아차그룹, 코오롱 등 이명박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기업에 대한 수사 가능성은 박근혜 정부 초부터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코오롱은 지난 2013년 초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수백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은 전례가 있다. 최근 코오롱이 받는 특별세무조사 역시 정권 차원의 압박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날 선 칼날

세무조사의 진짜 이유를 두고 갖가지 소문이 퍼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코오롱 측은 명확한 조사 사유를 함구하고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조사와 관련한 구체적 사안과 배경에 대해서는 우리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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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