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년 해방구’ 영등포 유흥가는 지금…

짝 찾아 나선 아줌마 아저씨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영등포는 타 지역 사람들이 약속을 정하는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건 당연한 일. 또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역세권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대표적 대형 상권 중 하나. 지금은 빛을 많이 잃었지만, 집창촌은 아직 건재하다. 요즘 영등포의 상황은 어떤지 <일요시사>가 직접 찾아가 봤다.

영등포역 인근에는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등 대형 쇼핑센터들이 밀집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맞은편 영등포역 메인 상권인 먹자골목은 시설과 환경 등이 낙후된 데다 홍대·강남·명동 등에 대형 상권이 발달하면서 상권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지하철노선 개통과 함께 각 지역의 테마거리 및 먹자골목이 발달하면서 고객층이 분산되기 시작했다.

카바레, 콜라텍
여전히 성업중

상권 전문가와 상인들은 과거보다 상권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전성기때만큼은 아니지만, 이곳 상권은 대형 쇼핑센터 이용객 흡수 요인과 인근 직장인 고객 유입 등으로 외식·유흥업을 중심으로 상권을 이어가고 있다. 유흥업소 및 음식점들이 밀집한 먹자골목을 찾았다.

영등포역 1번출구로 나와 영등포역 교차로를 건넌다. 네온사인 불빛이 화려한 먹자골목이 시작된다. 영등포역 먹자골목은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교차로에서 영등포시장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약 400m의 영중로와 그 이면 지역을 말한다. ‘노래방’이 성업을 이루는 먹자골목에는 음식점에서 나오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호객행위가 판을 친다.

실제로 거리를 걷는 동안 음식점을 나오는 직장인 무리에 “서비스 많이 줄게, 우리 가게로 와요”라며 말을 건네는 호객꾼과 이른바 술집 ‘삐끼’들이 자주 보인다. 유흥업종을 중심으로 외식업종도 새벽까지 성행하는 '24시 상권'이라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영등포역 메인상권 골목으로 들어서자 음식점, 호프 등 외식업종과 함께 노래방, 유흥주점, DVD방, 모텔 등이 눈에 들어온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40∼50대 연령대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이곳은 롯데·신세계백화점 등 대형 쇼핑센터를 찾는 고객들의 유입이 잦은 곳이다. 오랜 역사의 역세권답게 30∼40년 된 자영업 가게가 다수를 이루며 상권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프랜차이즈 가게는 유행을 쉽게 타는 등 수개월 만에 없어지기 일쑤다. 영등포 먹자골목의 분위기는 프랜차이즈 창업이 주를 이룬 일반적인 역세권 먹자골목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인근 부동산업자는 “각지에서 만남의 장소로 이용됐던 영등포 먹자골목은 외식메뉴가 유행을 많이 타는 것이 특징”이라며 “4∼5년 전에는 ‘오징어와 주꾸미’ 메뉴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2∼3년 전부터는 ‘양꼬치’ 붐이 일었다. 최근에는 스몰비어, 족발집 등이 느는 추세”라고 귀띔해 준다.
 

무작정 들어간 한 프랜차이즈의 사장은 “프랜차이즈의 경우 메뉴는 그대로인데 브랜드만 바뀐 사례를 자주 봤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유행을 따라서 입점했으나 지금은 먹자골목 맛집으로 자리 잡은 주꾸미 가게는 인근 쇼핑몰 직원과 직장인들의 단골 외식장소가 됐다.

그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유행이나 브랜드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면서 수개월 만에 바뀌는 경우도 많으나, 개인사업자 점포의 경우 그들만의 노하우로 장사를 잘 유지해 40년 이상 된 점포도 많다”고 말했다.

한 창업연구소 관계자는 “영등포 상권은 각 지역 사람들이 모여드는 지리적 요인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기메뉴들이 밀집한다”며 “먹자골목 내 인기메뉴의 흐름은 ‘뼈다귀해장국’에서 ‘감자탕’ ‘주꾸미’ ‘양꼬치’ ‘족발’ 등으로 바뀌어 왔다”고 했다. 그는 “영등포 먹자골목의 특성상 비슷한 시기에 같은 메뉴의 업종이 한 번에 들어와 경쟁해야 잘되는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쇼핑몰 난립…그 사이로 먹자골목
삼삼오오 식사하고 2·3차 유흥업소로

먹자골목은 밤이 깊어갈수록 더 활기를 띤다. 먹자골목은 노래방 등 유흥업소가 밀집해 경쟁하며 불야성을 이루다 보니 외식업종 역시 탄력을 받아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 많이 보인다.


영등포역 인근에서 40년간 거주해온 A(55)씨는 “먹자골목은 식사하면서 술 한 잔을 곁들이는 저녁 상권과 노래방 등 유흥업종이 성행하는 새벽 상권으로 나눌 수 있다”며 “유흥업종과 함께 음식점도 새벽까지 장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24시간을 운영하는 한 식당의 주인은 “낮·저녁시간에 식사를 해결하는 고객뿐 아니라 출출한 새벽시간대 또는 오전에 숙취해소하려는 고객 등 시간대별로 다양한 손님이 온다”고 했다.
 

24시간 운영하는 민속주점 역시 유행메뉴에 영향받지 않고 꾸준히 점포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24시 민속주점 종업원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손님들이 많아 대기석을 마련해야 한다”며 “황금시간대에는 손님이 없는 집은 보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타임스퀘어를 지나자 청소년 출입금지구역’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청소년이 들어올 수 없는 곳. 그렇다고 통행에 제한이 있지도 않은 그곳. 늘 따가운 시선만이 존재하는 집창촌이다.

귀청소방, 립카페…
꺼지지 않는 홍등

아직 어둠이 내리기 전 영등포 집창촌은 높은 빌딩 숲 외딴섬처럼 고요했다. 가게 문은 굳게 닫혔고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 커튼이 둘러쳐 있다. 시간이 이른 탓이다. 붉은 불빛이 켜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어둠이 내리기 전 집창촌 주변을 살펴봤다.

높은 빌딩이 즐비하다.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등 쇼핑몰에 샌드위치처럼 자리 잡고 있다. 타임스퀘어, 백화점 앞 많은 인파와 대조적으로 집창촌 골목은 한적하다. 간간이 자동차 몇 대가 지날 뿐이다. 도시 아래로 해가 지며 어둠이 내렸다. 직장인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집창촌 골목을 지나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두른다.

매일 이 골목을 지나는 여성들은 어떤 생각일까? 20대 직장인 여성 B씨는 “사실 보기가 좀 그렇다. 매일 이곳을 지나지만 볼 때마다 민망하고 같은 여자로서 썩 기분이 좋지 않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곳에 터를 잡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집창촌 골목에서 장사하는 50대 남성은 “이곳이 터전이다. 여기서 일하는 여성들 때문에 먹고 산다. 여기 없어지면 우리는 뭘 해서 먹고 사나. 저렇게 큰 백화점이랑 우리가 경쟁이 되나?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창촌의 붉은 등이 켜질 시간. 하지만 집창촌 어느 곳도 불은 켜지지 않는다. 이상했다.

이때 한 여성이 눈에 띈다. 홀로 나와 화장 중이다. 손님 맞을 준비에 손길이 바빠 보인다. 어렵게 말을 건넸다. 10년 넘게 성매매 일을 해온 여성이었다. C(40)씨는 언론에서 쏟아진 비판적 기사 때문에 일단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C씨는 “2011년 시위 이후 타임스퀘어 측과 합의한 게 오후 8시다. 그때부터 오후 8시가 돼야 일을 시작한다. 예전보다 손님도 줄었지만, 최근 보도 때문에 더욱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경찰은 집창촌 단속하지 말고 숨어있는 오피스텔이나 단속해라. 감시당하는 기분이다. 좀 야비한 것 같다. 차라리 합동단속을 하든지…. 만만한 게 우리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여기 있는 아가씨들이 제일 힘든 건 손님이 없는 거다. 여기도 재개발계획이 있다. 여기 없어지면 아가씨들이 어디로 갈 것 같나? 뻔하다. 오피스텔 아니면 해외 성매매다. 이게 더 큰 문제”라며 “그냥 집창촌을 레드존으로 규정해 정부에서 관리하는 게 더 낫다. 지구상에 남자가 존재하는 한 성매매는 없어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녀.


30∼40년 된 가게들 상권주도
골목마다 성매매업소 불야성

저녁 8시. 집창촌 전체에 드디어 불이 켜진다. 아가씨들은 저마다 가게 안에서 의자를 꺼내고 옷매무시를 고치며 영업을 준비한다. 영등포역을 나와 눈에 보이는 유명 쇼핑몰을 찾아가려다 지름길로 보이는 골목길로 잘못 접어든 모녀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는 쇼윈도와 붉은 조명, 그리고 야한 옷에 “에구머니”라는 외마디말을 남긴 채 뒤돌아선다. 유명 쇼핑몰 쪽에서 데이트를 마치고 나오던 연인들도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쇼윈도와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 돌아선다.

영등포역 앞 대로변에는 쇼윈도는 없었다. 1층은 대부분 파이프나 철물 등을 만드는 업체들이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상점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특유의 빨간불이 은은했고 여성들이 3∼4명씩 짝지어 도로 옆에 나와 있다가 지나가는 남자들의 팔을 잡아끈다.
 

대로변에서 꺾어져 집창촌 거리 옆으로 들어서자 호객행위는 뜸하다. 종업원들은 유리를 열고 내다보며 “여기야”하고 부르거나 미성년자들이 들어오려 하면 “너흰 여기 오면 안 돼”라고 말만 하는 수준이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호객행위는 없고 쇼윈도 안에서 밖을 보며 손님을 기다린다. 군데군데 커튼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 업소들도 보인다. 30여분 사이에 4명의 남자 손님들이 업소에 들어갔다.

경찰차 한 대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나타난다. 경찰차가 나타나자 대로변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여성들은 골목이나 계단 사이로 움직인다. 경찰은 스피커에 대고 “거기 재킷 입은 분, 빨리 들어가세요”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경찰차가 지나가자 여성들은 금세 다시 나와 호객행위를 시작한다.

테마거리 발달로
옛 명성 되찾나?


한 업소의 사장은 “아가씨들을 착취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기본 화대 8만원 중 3만5000원은 아가씨 몫으로 떼주는 등 함께 살아가고 있다”며 “어차피 절대 안 없어질건데 네덜란드처럼 그냥 우리도 인정해주고 놔두면 안 되냐?”고 기자에게 반문한다.

경찰 등에 따르면 영등포 일대에는 한때 40∼50여개 업소에 100여명 이상의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현재 경찰이 확인한 영업업소는 22개에 종업원은 40∼50명 선이다. 대신 일반적인 회사 사무실로 위장한 채 영업하는 등 음성영업을 하는 업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