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요걸 전용’ 커뮤니티서 무슨 일이…

“돈 많은 스폰 구하는 방법 좀…”

[일요시사=사회팀] ‘○○○’라는 여성카페가 있다. 아무나 가입할 수 있는 평범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아니다. 이른바 ‘나가요걸’들만 가입이 가능한 그녀들의 은밀한 쉼터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까. 화류녀들의 화끈한 대화를 엿들었다.

‘○○○’ 카페는 여성화류인들의 쉼터로 알려진다. 주로 성매매 관련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며, 자신들의 평범한 일상을 주고받는다. 이 카페의 회원 수는 15만6000여명이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쉽게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대부분의 숫자가 여성화류인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지만 이중에는 남성도 포함돼 있다. 화류계 종사자일 경우에는 정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즉 15만6000여명의 화류인들이 소통하는, 그들만의 은밀한 커뮤니티인 것이다.

15만명 가입

○○○ 카페의 검색어는 룸, 하쩜, 유흥업소, 유흥알바, 노도, 플메, 키스방, 홀복, 오피 등이다. 카페의 메인화면은 여느 카페와 큰 차이가 없다. 평범하고 아기자기하지만 게시판의 색깔은 조금 다르다. 게시판 카테고리는 크게 Talk1, 2, 3로 나뉘어져 있다. 익명게시판, 자유 게시판이 이들이 자주 찾는 게시판이다.

이 카페의 가입절차는 어렵지 않지만 준회원 상태에서는 아무 활동도 할 수 없다. 여성화류인 ‘인증’을 하지 않으면 절대 회원이 될 수 없는 구조다. 기자는 정회원 가입을 시도해봤지만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플랜B를 가동했다.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잠입을 시도했다. 그리고 여성화류계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시판은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게시판은 자유게시판, 익명게시판, 성형게시판, 화류계 청산기 등이었다.

게시판에는 자유로운 글들로 가득 차 있었다. 평범한 연애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룸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들, 손님들의 유형에 대한 다양한 평가, 건강관리, 취미생활 등 자신들의 일상을 풀어놓는 모습을 확인했다. 노골적인 글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스폰서’ 관련 글이다. 페이와 업종 이직에 대한 고민 글도 여럿 보인다.

유난히 눈에 띄는 건 성형 관련 문의 글이었다. 외모와 관련된 이야기가 8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래도 외모가 중요한 직종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니 저 어때요? 통통해 보여요?’ 회원 사진방에는 ‘룸복’을 입고 찍은 사진들이 많았다. 몸매 평가를 묻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카페 메인에 왁싱&테라피, 가슴라인 크림 관련 광고가 있는 이유다.

게시판 중에서도 ‘아가씨 일기’는 정회원 이상의 ‘왕마담’ 등급에 올라야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게시판에 잠입해 한 여성의 사연을 읽어봤다.

A씨는 ‘텐프로’에서 일했었다. 과거에는 리포터의 푸른 꿈을 안고 상경했다. 무작정 올라온 서울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자리 잡기가 여간 쉽지 않았던 그녀는 우연히 웨딩모델 알바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 생활하기에 턱 없이 부족한 급여였다. 그러던 중 아는 사람들을 통해 레이싱 모델로 전환을 시도했다. 163cm라는 키가 단점이었지만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보수적인 부모님의 반대로 무산돼 다시 본업으로 돌아갔다.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갔지만 친분이 있는 레이싱걸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방세 내기도 버거웠던 레이싱걸이 어느새 외제차를 타고 나타난 것이다. 이 레이싱걸은 하룻밤 200만원짜리 알바를 하다가 모 기업 사장을 스폰으로 잡아 차를 선물 받았던 것. A씨에게 이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화류계 여성들의 솔직·은밀한 대화
주로 성형담·청산기…몹쓸 경험담도

이후 레이싱걸은 A씨에게 “너도 한 번 해봐”라며 유혹했다. 결국 화류계에서 유명한 한 마담뚜의 소개로 애프터 없이, 한 달에 2000만원을 벌 수 있는 직장을 소개 받았다. 바로 ‘텐프로’였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동료들의 외모가 연예인급이었기 때문. 다른 세상에 적응하며 수 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한 남자가 접근해 수천만원짜리 수표를 건넸다. 외제차도 선물해줬다. 한마디로 ‘스폰’이 다가온 것이다.

이렇게 그녀는 수 억원을 모았다. 원하는 건 뭐든지 샀다. 상류층 생활을 즐겼다. 영원히 풍요로울 줄 알았다. 그런데 스폰은 용돈을 계속 줄였다. 결국 통장 잔고는 바닥이 났다. 이때부터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조금만 모았더라면 커피숍이라도 차릴 수 있었다는 것.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큰돈에 익숙해진 탓에 다시 화류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쪽 경기도 하락해 몸값이 계속 떨어져 고민이라고.

이 글에 대한 댓글은 “이래서 화류계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어요” “호주랑 상황이 똑같네요” “3종(용주골·영등포·용산 등)에서 1년 일하면 최소 1억 이상은 벌어요” 등이었다.

또 다른 여성 B씨는 남자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남자친구는 회사에 다니는 일반 직장인이지만 B씨는 여전히 화류계에 종사 중이다. 그렇지만 남자친구는 이런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B씨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 3년 동안 일하면서 다른 남자들과 술 마시고 잠자리까지 했기 때문이다. 정작 B씨는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손만 잡았다고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고.

일을 오래했기 때문일까. 이제 웬만한 스킨십은 무감각해졌다. 남자친구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점점 줄어간다. 모르는 남자들이 시킨십을 시도하고 연락처를 물으며 물건 취급하는 것이 습관처럼 익숙해져 버렸다. 단순히 ‘일’이라고 합리화 시키고 있는 것. B씨는 사랑을 놓칠까봐 두렵다. 이 글에 대한 반응은 ‘공감’ 기류가 강했다. 현재 남자친구가 있는 여성화류인들은 모두 힘내라며 B씨의 슬픔을 다독였다.

원정녀들도 참여

이곳에는 국내 여성화류인뿐만 아니라 해외로 원정을 떠난 여성화류인들의 글도 심심찮게 보인다. 주로 미국, 호주, 일본 등의 환경을 소개하거나,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내용이다. 또는 자신의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다른 회원들을 통해 비교하기도 한다. 이러한 글들에 대한 반응은 대개 “나이 들면 끝이니 지금 열심히 모아라” 등이다.

이처럼 ○○○ 카페는 여성화류인들의 다양한 사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간혹 화류계 관련 ‘정보글’도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둘러보면, 이들의 ‘업’에 대한 고민과 애환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직 PD의 은밀한 부업
성매매 여성 프로필 촬영

지난달 13일 인천지방경찰청은 성매매업소 여성들의 나체 사진을 찍어 인터넷 홍보물을 제작한 PC방 업주 박모(40)씨를 성매매 알선 방조 등의 혐의로 붙잡아 조사했다. 박씨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인천시 부평구 등지의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여성 257명의 나체 사진을 찍는 등 성매매 사이트용 홍보물을 제작하고 총 43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박씨는 방송사 외주 프로그램 제작 PD 출신으로, 여성들의 나체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어 성매매업소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졌다. 박씨는 고급 카메라 세트와 반사판 등 전문 사진장비를 활용해 성매매 여성들의 프로필 사진을 촬영해 주고 한 번에 10만∼3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체 사진을 직접 유포한 것은 아니어서 성매매 알선 방조 혐의가 적용됐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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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