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새마을 미팅’을 아십니까

  • 최현경 mw2871@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3: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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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떼로 다니며 짝찾기 프로젝트

[일요시사=사회팀] 2012년 대한민국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던 ‘솔로대첩’. 지난해 말에는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가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의 한 도시에서 시작된 거리 미팅, ‘마치콘’이 한국의 정서에 맞게 새마을 미팅으로 재탄생하면서 젊은 청춘남녀들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고, 지역 상권도 살리는 ‘일석이조’행사로 호응을 얻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4일 앞둔, 지난달 21일. 젊음의 거리 신촌에 수백 명의 청춘남녀가 모였다.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이하 새미프) 때문이다. 새미프는 20∼35세의 청춘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미팅이다. 1970년부터 시작된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인 ‘새마을 운동’에서 착안한 새미프는 침체된 상권을 활용해 대규모 미팅을 개최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삼포세대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는 홍대, 압구정, 안양 등을 거쳐 벌써 7회를 맞이했다.

올해만 벌써
일곱 번째…

오후 1시, 지하철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 앞에 설치된 초록색 천막 앞에는 행사장을 미리 찾은 수십 명의 남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짝을 찾겠다는 각오 덕분인지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미소가 활짝 폈다. 인터넷 홍보물을 보고 온 참가자부터 친구의 권유를 받거나 신청한 친구 대신 나온 참가자도 있었다.

여성 참가자 이모(25세, 대학생)씨는 “원래 다른 친구가 신청했었는데, 어제 저녁에 급한 사정이 생겨서 참가를 못한다고 연락받았다. 그래서 친구 대타로 나왔다”며 참가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노란 헤어스타일의 남성 참가자 유모씨(25, 직장인)는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말 안 해도 모든 분들이 (미팅행사에 왜) 나왔는지 알 거다”며 웃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미팅 장소로 지정된 ‘맛집 탐방’에 참가의의를 두기도 했다.

여성 참가자 이모(21세, 대학생)씨는 “인터넷 보고 (새미프에 대해) 알았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친구랑 신청했는데 참가비가 조금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새미프 관계자의 소개를 받고 참가한 남성 참가자 김모(23세, 예비군)씨는 “참가비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만큼 식당도 많이 돌아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거리 미팅 ‘마치콘’
한국 정서에 맞게 재탄생

이 날 행사 본부 앞에서는 이성을 만나기 전 동성끼리 친해져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2인1조로 이동해야하는 새미프 규칙에 따라 간혹 혼자 신청하는 참가자에게는 행사 전날 동성 친구가 정해진다. 홀로 신청한 박모씨(24세, 대학생)는 짝으로 정해진 정모(24세, 24세, 직업군인)씨를 처음 만났다. 박씨는 “(정 씨를)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했다”며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다”고 말했다.

2인 1조 규칙에
남성 소개받기도

 
본격적인 미팅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30분 전, 운영본부에서는 주황색의 손목밴드와 청춘지원물품을 배부하기 시작했다. 참가자임을 확인하는 손목밴드와 함께 제공된 청춘지원물품 쇼핑백에는 연극권, 화장품, 렌트카 이용권, 피부샵 할인권 등이 들어있어 참가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다양한 선물이 들어있었다.




새미프의 ‘첫 가게 지정 제도(연령대에 따라 첫 미팅장소가 정해짐)’에 따라 운영본부에서 손목밴드와 청춘지원물품을 받은 참가자들은 지정된 음식점으로 향했다. 이 날, 13곳의 음식점이 미팅 장소로 지정됐다. 신촌 지하철역부터 신촌로터리까지 이어진 미팅장소들은 치킨가게, 떡가게,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 카페, 보쌈집 등 다양했다.

본격적인 행사 시각인 2시가 되자, 미팅 장소로 정해진 음식점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가게 앞에는 남녀 참가자의 수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었고, 초록색 옷을 착용한 새미프 요원들이 가게 안팎에서 참가자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재밌는 건 새미프 요원들 또한 싱글이 많았다는 것.


한 떡가게에서 만난 서포터즈 김사름씨는 “(커플이 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리만족하기 위해 (새미프 요원에) 지원했다”며 참가이유를 밝혔다. 이규민(27세, 대학생)씨 또한 대리만족하기 위해 지원한 새미프 요원 중 한 명이다. 이씨는 “건전한 청춘남녀 만남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가게를 살린다는 좋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참여했다. 졸업하기 전인데, 대기업에서 하는 서포터즈랑 달리 작은 규모로 하니까 (내가) 참여할 기회도 많고 추억이 될 수 있어서 좋다”며 뿌듯한 마음을 표현했다.

청춘남녀 외로움 달래고
지역상권 살리는 일석이조

새미프 요원들의 안내를 받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2:2 미팅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운영본부 앞에서 시끌벅적하게 웃던 모습과 사뭇 분위기를 연출했다. 첫 만남에 어색한 웃음을 짓는 여성들이 있는가하면 긴장한 듯 보이는 남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참가자들은 어색함을 깨고자 대화하기 시작했다. 대화주제는 다양했다. 테이블에 놓인 음료수 이야기부터 취미, 최근 개봉한 영화 등이 주를 이뤘다.

짝 없는 아쉬움
음식으로 달래

행사가 시작한 지 1시간 남짓 지났을까, 첫 미팅장소를 떠나 다음 미팅 장소를 물색하기 위한 참가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추운 겨울 참가자들의 손에 들린 청춘지원물품 쇼핑백 덕분에 복잡한 신촌거리에서도 쉽게 참가자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초록옷의 새미프 요원과 손목밴드를 확인받고 가게를 입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길을 걷던 한 중년의 남성은 새미프 요원에게 행사에 대해 묻더니, 옆에 있는 아들에게 참가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새미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행사에 참여한 가게 사장님들도 마찬가지다.




이 날 행사에 참가한 ‘떡보의 하루’ 사장 조모씨는 “업체에서 제의가 먼저 들어왔다”며 “우리 지역 홍보도 될 거 같고, 행사가 재밌을 거 같아서 수익은 생각 안하고 장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촌닭한마리 유닭스토리’사장 이모씨도 “(새미프 참여가) 영업에 방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행사)시간이 2시부터 5시로 여유 있는 시간이라 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며 관심을 보인 그는 “나도 (남성 참가자로 참가)했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가장 인기있는 미팅 장소는 스탠딩 바 형식의 카페였다. 카페 앞에서 놓여진 소망트리에는 “솔로탈출” “성인의 날에 남자친구에게 선물받기” “내년에는 새미프에 참석하기 싫어요” 등 참가자들의 간절한 소원이 적힌 종이들이 걸려 있는가 하면, 참가 취지와 달리 “다이어트” “어학연수 합격” “A+” “올해는 꼭 로또 1등” “부자되게 해주세요” 등 개인적인 소망카드가 보이기도 했다.

분당-홍대-압구정-신촌 코스
남녀만남·맛집탐방 한번에

행사가 무르익어갈 때쯤,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참가자들도 더러 보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언짢은 상황에서도 마주 앉아있는 이성 때문에 쉽게 표현하지 못했다. 앞에 앉은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성 참가자 이모(21세, 대학생)씨는 “이전 식당에서 만난 남자분이 예의가 없어서 기분이 나빴다. 실수인지는 모르겠는데, ‘찾았었다’고 말하려는 걸 ‘쳐먹었다’라고 말하더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남성 참가자가 자리로 돌아오자 이내 웃음을 지었다. 또다른 여성 참가자 구모(22세, 대학생)씨는 “(참가자들) 나이가 안 맞는 것 같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자가 서른 살이던데,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행사 가게들도
덩달아 미소짓고

5시가 되자,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순식간에 가게는 정리됐다. 보통 참가자들은 3∼4곳의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맘에 드는 이성의 연락처를 받아갔다. 행사가 끝난 후, 첫 가게에서부터 맘에 드는 여성을 만났다는 권현민(23세, 대학생)씨가 “운이 좋아서 된 것 같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자, 상대 여성은 “(남자가) 재밌다. 마음이 잘 맞는다”며 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짝을 찾지 못한 권모(24세, 대학생)씨는 “꼭 짝을 찾으러 온 건 아니다. (짝을 찾지 못한 것에) 불만은 없다”며 태연하게 말하더니 이내 “그냥 (여성 분과) 이야기하다가 번호도 못 받고, 헤어질 때는 하이파이브 한 번 하고 헤어졌어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성 참가자 대학생 이모씨도 결국 짝을 찾지 못했다. 이씨는 “음식을 먹으면서 한창 이야기하는데 남(성 참가)자가 ‘이만 일어날까요?’ 라고 말하더라”며 “허무하다”고 말했다.   

이 날 몇 커플이 성사됐는지는 정확히 파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행사가 끝난 이후, 새미프는 홈페이지 내에 있는 후기게시판을 통해 참가자들의 커플 성사여부와 소감을 듣는다. 신촌 습격 새미프에 대한 후기는 지난 26일까지 올라온 4개가 전부다.

그 중 20대 직장인이라 밝힌 한 참가자는 “한양도성 후기를 보면 걷기 이벤트 같은 것도 있다고 하던데, 신촌은 그런 아기자기한 이벤트에 좀 무색했던 것 같다. 가게에 들어가서 미팅을 해도 안내받는다는 기분은 전혀 안 들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 “이벤트를 빌어서 자연스럽게 번호를 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1일을 마지막으로 2013년 새미프는 끝이 났다. 8차 새미프는 오는 2월15일 토요일 강남에서 5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마을 미팅’원조는?

‘새마을 미팅’의 원조는 일본의 거리 미팅인 ‘마치콘’이다. 거리를 의미하는 ‘마치’와 미팅을 의미하는 ‘고콘’의 합성어인 마치콘은 2004년 일본의 도쿄 인근에 위치한 위성도시 우쓰노미야시에서 시작됐다. 도쿄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우쓰노미야시의 상권이 침체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치콘’이 등장했다. 

여성 4000엔(약 4만원), 남성 6000엔(약 6만원) 정도로 참가비를 내고 지정된 음식점을 돌며 만남을 갖는 방식으로 ‘새미프’와 유사하다.

현재 150만명 이상이 참가한 마치콘 덕에 지역 상권들의 홍보도 자연스럽게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치콘 행사의 총괄담당자인 타케이는 마치콘의 인기에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가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교제나 결혼 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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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