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 ⑦귀향·귀성길 필수코스 '전국 이색휴게소' 열전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17 07: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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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운전대 놓고 잠시 즐기다 가세요∼

[일요시사=특별기획팀] 가을을 알리는 상쾌한 바람과 함께 한가위가 성큼 다가왔다. 명절을 떠올리면 행복해지지만 달팽이 같은 귀향길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만난 특별한 휴게소는 운전자들의 피곤을 풀어주는 본래의 기능에 맛과 멋을 더한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다 똑같아 보이지만, 각 휴게소마다 시설과 서비스는 천차만별이다. 모르면 화장실만, 알면 여러 가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필요한 정보를 미리 챙겨두면 막히는 귀성·귀경길에서 한결 피곤을 덜고 즐거움까지 더할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귀성·귀경길에 들러볼 만한 고속도로 휴게소들을 소개했다. 지친 운전대를 놓고 오아시스 같은 휴게소를 즐겨보자.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휴가객은 여주휴게소(강릉방향)의 도자기문화전시관을 둘러볼만하다. 횡성휴게소는 메타세쿼이아를 비롯한 9000여 그루의 나무가 조성돼 있어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평창휴게소(강릉방향)는 친환경 자작나무 테마공원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나치기 아쉬운
고속도로 쉼터들

경부고속도로 이용객은 삼성현(원효, 설총, 일연)을 주제로 테마공원을 운영 중인 평사휴게소(부산방향)에 가볼만하다. 칠곡휴게소(부산방향)에서는 지역예술가를 초빙해 문화이벤트가 열린다. 경산휴게소(서울방향)의 신상리 고분군 공원은 역사문화탐방과 함께 해질 무렵 출사지로 유명하다.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여행객은 이천휴게소(하남방향) 솔보슬길에서 휴식을 취해보는 것도 좋다. 음성휴게소(양방향)의 꽃동산 공원은 장미넝쿨과 야생화 산책로, 운동기구 등을 갖추고 있다.


중앙고속도로의 춘천휴게소(부산방향)는 전망 좋은 하늘공원이 있어 여행객들과 인근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단양휴게소(춘천방향) 뒤편의 적성산성·적성비도 빼놓을 수 없다. 안동휴게소(부산방향)의 안동문화체험관은 훌륭한 문화콘텐츠 덕분에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대전-통영 고속도로 인삼랜드휴게소(통영방향)의 생태수변공원은 족욕시설, 인삼재배관찰장, 동물학습장 등을 갖추고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휴게소(창원방향)는 웰빙두부체험장을 운영한다. 중부내륙지선 현풍휴게소(현풍방향)는 마을 당산나무인 500년 된 느티나무를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 테마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알아두면 좋은
팔도 명소들

익산장수고속도로 진안휴게소(양방향) 마이산 전망대와 전주광양고속도로 황전휴게소(완주방향) 지리산 전망대,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양방향), 남해고속도로 섬진강휴게소(부산방향) 전망대 등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동해고속도로 동해휴게소(동해방향)는 동해안 절경이 펼치진 해맞이 휴게소로 유명하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특색 있는 휴게소가 늘어나면서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며 “고속도로 이용객들에게 휴가길에 새로운 여행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자연을 담은 ]
[덕평자연휴게소]


요즘 강원도 지역으로 캠핑을 다니는 캠핑족들이 영동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꼭 들르는 필수코스가 있다. 바로 자연을 담은 덕평자연휴게소다.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한번 이 곳에 들르면 세 시간은 기본으로 훌쩍 지나가 버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이러한 소문이 자자하니 휴게소의 명소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덕평휴게소는 2007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곳으로, 나무와 유리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자랑한다.

휴게소의 필수코스는 무엇보다도 바로 화장실이다. 아마 휴게소의 화장실이 너무 오래되었거나 위생상태가 엉망이라 들어가기 꺼려진 경험이 있을 거다. 하지만 덕평휴게소는 이런 걱정과 어울리지 않는다. 덕평휴게소는 제9회 아름다운화장실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화장실을 아름답게 만들었고, 그만큼 위생상태도 A급으로 매우 깔끔하다.



덕평휴게소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바로 휴게소 뒤로 펼쳐진 자연휴게공간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조성한 ‘러브가든’과 ‘허브매장’을 중심으로 향기의 향연이 펼쳐지는 보태닉 힐즈, 소나무와 전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를 맞으며 산책할 수 있는 덕평숲길까지, 장거리 이동으로 지친 모든 이들의 피로를 말끔히 잊게 해준다. 공원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또한, 휴게소 내에는 간이서점은 물론 약국, 등산복, 화장품 가게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어 복합쇼핑몰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혹시 빠트린 물건이나 필요한 물품이 있을 때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덕평자연휴게소: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각평리 319 (영동고속도로 상, 하행선>

단순한 휴식공간 넘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다양한 체험과 즐길거리로 색다른 여행공간 

[  떠오르는 명소 ]
[동해·옥계휴게소]

해돋이 명소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동해안에는 바다와 함께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는 휴게소가 있다.

동해휴게소는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고, 넓은 전망대가 있어 망상해수욕장 등 동해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통적인 해맞이 명소로 잘 알려진 정동진이 바로 옆에 있지만, 전국에서 일출을 보겠다고 몰려오기 때문에 어쩌면 한적하고 조용하게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동해휴게소를 찾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또한 동해고속도로를 따라 속초 방향으로 가다 보면 ‘바다가 보이는 휴게소’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옥계휴게소’를 만날 수 있다. 2005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2006년 ‘아름다운화장실 대상’ 등을 수상한 옥계휴게소는 건물 자체로도 참 멋스럽다.


또한 동해휴게소보다 바다에 붙어 있어 뒤쪽 전망대를 통해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고, 휴게소 건물 뒷면의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휴게소 안에서도 멋진 경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뻗은 동해안고속도로와 7번국도, 동해남부선철도 등 빼어난 절경도 한 눈에 담을 수 있어 어떤 유명 여행지보다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동해휴게소:강원도 동해시 망상동 5-1 (동해고속도로 하행선)>
<옥계휴게소: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도직리 126-8 (동해고속도로 상행선)> 

[멋과 맛 어우러진]
[   금강휴게소   ]

금강의 자태가 한 눈에 들어오는 금강휴게소는 전국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상·하행 휴게소가 한곳에 위치한 곳으로 어느 곳에서든 진입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금강휴게소의 자랑거리는 바로 건물 뒤편에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책로는 나무로 된 마루를 깔아놓아 마치 자연 속에 있는 듯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천혜의 자연 환경에 더해 휴게소 건물이 친환경 건축물로 지어져 자연 친화적인 휴식공간과 놀이 공간을 겸비하고 있다. 휴게소 안에는 사랑을 테마로 한 그네, 오작교, 자물쇠 등이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금강휴게소 근처에는 바로 금강유원지가 자리잡고 있어 수상스키, 오리배, 바나나보트와 같은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이 곳은 낚시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금강휴게소에서의 먹을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에 빙어를 튀겨서 양념을 바른 도리뱅뱅은 금강휴게소에 들르면 꼭 한번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다.

<금강휴게소:충북 옥천군 동이면 금강로 596번지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 


삼림욕에 테마공원
전망 일품 절경까지
 

[바다에 떠있는]
[ 행담도휴게소]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서해대교 중간에 위치한 휴게소를 볼 수 있다. 이 휴게소가 바로 국내에 단 하나뿐인 섬 휴게소, 행담도 휴게소다.

고대신전 건축양식을 본떠 2층 건물로 지어진 행담도휴게소는 서해대교 너머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저녁 무렵엔 눈부신 주황빛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또 휴게소 뒤편에는 서해대교를 짓기까지의 과정을 각종 영상과 사진으로 설명해 놓은 ‘서해대교 홍보관’이 위치하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서해대교 아래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다. 넓은 바다를 보면서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을 수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행담도휴게소에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행담도휴게소:충청남도 당진시 신평면 매산리 513(서해안고속도로 상·하행선)>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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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