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군산 살인 미스터리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12 13: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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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는데…때아닌 꽃뱀 공방

[일요시사=사회팀] 군산에서 실종된 이모씨가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숨진 이씨와 내연 관계였던 정모씨로 밝혀졌다. 정씨는 경찰출신답게 수사에 혼선을 줬지만 끝내 붙잡혔다.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몇 가지 불편한 부분이 남아 있다.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지난달 24일 오후, 평소 알고 지내는 정씨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갔다가 실종된 이씨는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관인 정씨가 이씨를 살해하고 유기한 것이다. 정씨는 지난 2일 신출귀몰 도피행각 끝에 논산에서 붙잡혔다. 정씨는 경찰에 “이씨가 임신했다며 돈을 요구했고, 액수가 적다며 부인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고 해 우발적으로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이혼녀…
불륜이 빚은 참극

정씨는 해군에서 전역한 뒤 1999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정씨는 주로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근무했고 교통계와 생활질서계에서도 근무했다. 이번 범행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최근까지 경찰청장 표창 1개와 지방청장 2개, 시도지사 1개, 서장상 16개 등 모두 20개의 표창을 받았을 정도로 자신의 업무에 충실했다. 다만 사회생활에는 미숙한 면을 보였다. 그는 동료들과 거의 교류가 없었으며 낚시를 주로 즐기는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14년 경찰 경력을 바탕으로 지능적이고 치밀하며 특히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대담한 행동까지 벌이는 등 경찰을 당혹시켰다.

정씨는 지난달 25일 이씨 실종과 관련해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연관성을 거부하고 나아가 강압 수사라고 반발하며 버틴 끝에 6시간 만에 풀려났다. 이에 앞서 휴대전화의 통화기록과 메시지를 지우기도 했다.


경찰 조사 후 그는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집 반대방향으로 승용차를 몰아 강원도 영월로 이동해 옷가지를 구입해 변장을 하기로 했다. 특히 경찰의 추적을 의식해 지난달 26일 영월에 승용차를 버리고 곧장 대중교통편으로 대전, 전주, 군산을 거쳐 고향 인근의 대야터미널로 오는 대담함을 보였다.

특히 이런 행적의 단서가 될 승용차 안 블랙박스 영상을 모두 지워 경찰을 당혹스럽게 했다. 정씨의 치밀함과 수사 시선을 돌리기 위한 고의 행동을 엿볼 대목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6일 대야터미널에서 택시로 회현면 시골마을까지 이동했다. 이후 약 3시간30분 동안 이씨의 옷을 숨기거나 시신유기 또는 증거인멸 등의 중요 행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주민과 경찰 수사망을 피하려고 일부러 인적이 드물고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시골마을에서 내려 어두운 밤에 논길로 이동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정씨는 군산에서 오래 근무해 주변 지리와 주민 이동 특성에 밝은 점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여기에 다음 날 발견된 이씨의 옷가지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당일 밤 일부러 주민 왕래가 잦은 농로 옆 밭에 놓았다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임신 여부 확인할 수 없어…시신 부패 심해
일방적인 피의자의 진술…팔은 안으로 굽나


정씨가 지난 2일 충남 논산시 취암동에서 검거될 당시 그는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었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정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고자 동선 파악이 어려운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를 검거한 충남 부여경찰서 이희경 경위는 지난 5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정 경사)본인이 순순히 응하고 저항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경위는 검거 당시에 대해 “앞서서 걸어가고 있던 젊은 남자(정씨)가 배낭을 메고 양 옆으로 물병을 두 개를 끼고 있었고, 뒤에서 보니까 자전거 뒷바퀴에 흙도 묻어 있었다”며 “순간 젊은 남자가 혹시 군산 실종사건 용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걸어오는 모습이 군산 사건 용의자와 얼굴형도 비슷하고 연령대도 비슷하고, 검은 선글라스를 썼는데 턱선 쪽으로 들어간 부분도 비슷해서 지켜봤는데 그가 PC방 쪽으로 걸어갔다”며 “논산 시민이라면 샤워를 하고 PC방을 갈 텐데 바로 PC방을 가서 용의점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경위는 “군산과 부여나 논산은 가까운 인적이기 때문에 언젠가 한 번 지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며 “평소 검문검색도 하고 있었고 스마트폰 메일에도 용의자 얼굴을 알 수 있도록 저장해놓고 근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 확신을 한 이 경위는 논산 지구대 경찰관 두 명과 함께 2층 PC방으로 올라갔다. 경찰관 2명이 다가가 신분을 확인하자 정씨는 처음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름을 대자 “본인이 맞다”며 고개를 숙여 현장에서 바로 체포됐다.

이씨가 실종된 직후 참고인으로 소환됐던 정씨는 “이씨와는 알고 지내는 친구 사이일 뿐 내연 관계는 아니다”라며 “최근 만난 적이 없고 성관계를 가진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두 사람의 불륜이 드러났다.

이씨 가족들은 “두 사람은 내연 관계였다”며 “최근 이씨가 정씨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았고, 지난달 24일 병원비 등을 받고 그동안의 관계를 마무리짓기 위해 정씨를 만나러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혼한 상태고, 정씨는 유부남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내연 관계라면 보통 행적을 알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본인이 누구를 만나는지 알리고 나간 것으로 봐서 관계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을 이씨가 감지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실종된 이씨와 군산경찰서 소속이었던 정씨는 1년 전쯤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

두 사람을 소개한 친구 역시 동료 경찰관이며 이씨와 내연 관계를 맺었다고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전 애인인 동료 경찰관이 정씨에게 자신의 애인을 ‘사귀어 보라’고 소개해 줬다”며 “정씨는 ‘임신한 아이가 동료 경찰관의 아이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동료가 이씨 소개
“내 애인 만나봐라”

정씨는 이씨와 7월 초 성관계를 한 차례 가졌으며, 이씨는 같은 달 17일 정씨에게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렸다. 이씨의 임신 소식을 들은 정씨는 이씨의 연락처를 스팸 처리하는 등 그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무시했고, 이씨는 정씨에게 “전처럼 약속을 취소해서 일 못 보게 하지 말아라” “너와 나 사이를 다른 사람이 알면 좋겠냐” “만나 달라” “집에 찾아가겠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이씨가 임신했다고 하자 정씨는 지난달 22일 적금 500만원을 찾았다. 정씨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4일 이씨를 만나 “300만원을 줄 테니 그만 만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씨는 금액이 너무 적다며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정씨를 협박했다. 이씨가 부인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며 정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려 하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이씨가 정씨의 얼굴을 할퀴었다. 정씨는 자신의 차 안에서 이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군산시 회현면 월연리 폐양어장에 유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마쳤지만 임신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 국과수는 시신 부패 상태가 심해 여러 차례 검사해야만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씨의 휴대전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씨가 실종되기 전 ‘7월11일에 생리를 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나 이씨가 임신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씨-유가족 간 입장 엇갈린 채 ‘미궁’
진실 아는 건 범인 정씨와 숨진 이씨뿐

하지만 너무 압축적으로 마무리된 탓에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살해된 실종 여성의 가족들은 “살해된 것도 억울한데 꽃뱀으로까지 몰리고 있다”고 절규하고 있다.

이처럼 이씨의 유족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씨의 여동생은 “정씨의 범행은 계획적인 것”이라며 “경찰 수사에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임신 여부에 대해서는 “언니로부터 정씨에게 빨간 줄이 그어진 임신 테스트기를 보여줬더니 정씨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숨진 이씨의 임신을 확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피해자는 돈을 목적으로 정씨를 만난 것이 아니며 임신 역시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또 우발적으로 그녀를 살해했다는 정씨 진술에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임신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번 사건으로 전북지방경찰청은 군산경찰서장을 직위 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전북지방경찰청은 브리핑을 갖고, “이 사건이 비록 경찰관 개인의 도덕성 결여에서 비롯된 범행이지만 경찰관 신분으로 중대 범죄를 저지른 점에 대해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그 책임을 물어 군산경찰서장을 직위해제키로 했다”고 전했다.

향후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부검, 도주 행적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발적 살해?…
주도면밀한 범행

군산 실종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된 듯 보이지만 여전히 시끄럽다. 특히 꽃뱀 비하로 번진 임신 논란이 그렇다. 피의자 정씨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이번 사건의 발단은 불륜, 전개는 임신, 절정은 낙태와 합의금을 둘러싼 다툼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임신 여부가 확인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씨가 임신을 하지 않았음에도 정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했고, 정씨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돈 문제로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했다는 이야기가 성립됐다.

그러나 경찰관이 시민을 살해한 사건이라는 본질은 뒤로 간 채 살해당한 이씨를 ‘꽃뱀’으로 몰아가는 듯한 사건 구조에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실제로 몇몇 누리꾼들은 오히려 피의자인 정씨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씨는 열흘 동안 경찰의 수사망을 피했고 체포 당시에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대다수의 언론은 ‘범행 전체 자백’으로 기사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정씨의 자백이 진짜인지는 보장할 수 없다. 정씨의 자백이 공개되면서 이씨는 돈밝히는 ‘꽃뱀’으로 몰리게 됐다.

경찰이 정씨를 그냥 풀어준 것도 문제다. 이씨의 동생은 지닌달 25일 오후 2시30분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신고당시 “정씨를 만나러 간 뒤 안들어 온다”고 전했다. 실종 용의자로 정씨를 지목한 것이다. 경찰은 실종신고 당일 오후 7시 정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정씨의 얼굴에는 할퀸 상처가 나 있었다. 수사관이 상처에 대해 묻자 “낚시할 자리를 고르다 나뭇가지에 긁혀 생긴 상처”라고 답했다. 경찰은 낚시터 인근 CCTV에서 정씨 차량이 7시18분쯤 찍힌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정씨의 휴대폰과 손상된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확보한 후 귀가조치했다. 신고가족들이 용의자를 지목했고, 얼굴에 상처가 있으며, 블랙박스가 훼손돼 증거인멸이 우려된 상황에서 정씨는 풀려났다. 경찰은 긴급체포를 할 수 있는 법리적 요건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데다 정씨 본인도 불법구금이라고 반발해 돌려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용의자를 놓아준 셈이 됐다.

‘꽃뱀’ 몰아가기
사건 본질 흐린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의 맹점은 경찰의 수사발표가 증거에 기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수사는 증거주의를 채택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유족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에 경찰은 경찰관인 살해용의자의 진술에 더 의존해서 발표를 서둘렀다. 진실은 죽은자와 죽인자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유족들이 겪을 고통을 고민하지 않았다. 즉 경찰은 애초부터 ‘꽃뱀과 모범경찰관’이라는 프레임으로 이 사건에 접근한 것이다. 최소한 ‘팔이 안으로 굽는 게 아닐까’는 오해는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피의자·피해자 자녀는?

씻을 수 없는 상처

어른들의 불륜과 살인사건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자녀는 모두 두 명이다. 피의자 정씨의 자녀는 정씨 검거 전에 ‘아버지의 얼굴이 실린 수배 전단’을 보고 “엄마, 아빠가 무슨 잘못했어?”라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이씨의 자녀들은 나이가 더 많아 직접적인 상처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씨의 자녀들은 현재 전 남편과 함께 있다. 전 남편에 따르면 두 자녀는 아무 말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하루 종일 ‘엄마의 기사’와 ‘거친 댓글’을 읽고 있다.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살인자 아버지’를 둔 자녀와 ‘인터넷 상의 숨진 꽃뱀’을 어머니로 둔 아이들의 아픔은 누구도 씻어 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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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