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검찰 불안한 동거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4.12 11:14:00
  • 호수 13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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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잡지만…살얼음판 투샷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한 이래 큰 임무가 주어졌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국수본은 검찰과 업무분장을 두고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일각에서 경찰보다 검찰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상황이 바뀌자 검경이 함께 힘을 합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 국가수사본부처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출범 이래 중요한 임무가 생겼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해 국수본이 제 역할을 할 때가 온 것이다. 국수본은 부동산 투기 관련 대대적 수사에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권력기관 구조 개편 이후 경찰의 수사 역량이 사실상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 역량
첫 시험대

경찰청은 올해 국수본 출범을 계기로 경찰의 수사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경찰대·간부후보 임용자들을 경제범죄수사팀 등 일선 수사부서에 우선 배치하기로 했다. 기존 경찰대·간부 후보 임용자들은 임용 후 일선 지구대(또는 파출소)에서 6개월 근무 후 2년간 경찰서 경제팀에 근무했다. 올해 임용자부터는 경찰수사연수원에서 4주간의 수사과정 교육을 이수한 뒤 3년간 필수적으로 수사부서에 근무할 전망이다.

부동산 범죄 혐의 수사는 비교적 입증이 쉽지 않은 분야라는 점에서 체계 개편 전후 비교가 이뤄질 여지가 상당하다. 현재도 검찰 주도로 이뤄진 과거 신도시 관련 수사가 언급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경찰이 수사권 구조조정 국면에서 자신했던 역량을 입증할 환경이 마련됐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남구준 경찰청 국수본부장도 “사명감을 가지고 수사 역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자신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수본의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를 두고 거는 기대가 큰 것을 암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국수본의 수사 역량을 검증받는 첫 번째 시험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1년 신임 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참석해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이 올해 처음 출범한 것을 격려하고 책임 있는 수사를 당부했다.

그는 “올해는 경찰 역사 중 가장 획기적인 개혁이 실현되는 원년”이라며 “경찰 수사의 독립성이 높아지는 만큼 책임성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국수본의 역할에 대해 “국가 수사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견제와 균형, 정치적 중립의 확고한 원칙을 바탕으로 책임 수사 체계를 확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LH 투기 수사 합심? 힘 합치는 모양새
국민중심 책임수사 표방…실적은 따로?

국수본은 최근 제기된 LH 공사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최승렬 수사국장을 단장으로 해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국수본에서는 반부패수사과, 중대범죄수사과, 범죄정보과가 포함됐고 경기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예정지를 관할하는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인천경찰청 등 3개 시·도 경찰청의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도 특별수사단에 편성됐다.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수사전담팀을 편성하고 공직자 등의 내부정보 이용 행위, 명의신탁·농지법 위반 등 부동산 부정 취득 여부, 조직적이고 기업화된 불법 거래 등 부동산 투기 행위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이번 의혹 수사를 검찰이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경찰은 그동안 부동산 특별단속 등 역량을 축적해왔다.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사실상 ‘불쾌감’을 표현한 셈이다. 

부동산 문제는 민생 직결 사안이라는 면에서 ‘국민 중심 책임수사’를 표방하는 초대 국수본의 방향성과 부합한다. 실제 경찰은 신도시 관련 의혹 외 부동산 시장교란 행위 전반에 대한 단속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 LH서울지역본부 ⓒ박성원 기자

부동산 대응 관련, 수사 외 국가·자치 분야에 대한 경찰의 역할 또한 관심받을 전망이다. 투기·개발·건축·임대 등 관련 범죄, 분쟁 상황에 대한 적절한 예방, 조율 가능성에 대한 기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교란 행위 관련 대응은 김창룡 경찰청장 취임 후 첫 치안 대책이기도 했다. 예방적 활동을 강조하고 있는 경찰이, 일회성 대응이 아닌 지속성 있는 조치를 추진할지 여부 등을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수사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곳곳에 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형사사법 규제가 느슨한 상황에서 수사를 통해 나올 수 있는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점이다.

지속성?
미지수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에 검찰이 직접 투입되는 것과 관련해 남 본부장은 지난달 30일 “검찰은 검찰이 할 영역이 따로 있다고 본다”며 “검찰과 충분히 협의해가면서 경찰은 경찰대로 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각자의 업무분장만 충실히 하면 불협화음이 없을 것이라는 의중을 나타낸 것이다.

남 본부장은 이날 경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투기 수사 초기부터 검찰과 협조해왔고 영장 집행 등의 과정에서 검찰과 교감하면서 진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 본부장은 국수본이 주도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 규모를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560명으로 확대하고 시·도청 수사책임자를 경무관급으로 격상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수사 범위는 내부정보를 활용한 투기와 차명거래뿐 아니라 기획부동산까지로 확대된다. 범정부 총력 대응체계를 주문한 정세균 국무총리 지시에 따른 것이다.

국수본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닌 범죄는 기본적으로 경찰이 수사해 나가면서 영장 신청 등 공소 유지에 필요한 부분을 검찰과 협조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부동산 투기 수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최 수사국장은 “검찰도 부동산 부패사범에 대해서 전혀 수사 못할 근거는 없다”며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나 기존에 검찰로 송치된 사건 중에 관련성 있는 범죄를 새로 인지할 땐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국가수사본부가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국수본은 검경이 상호 엇박자를 낼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최 국장은 “검경 간에 상호 협의가 잘되고 있고 형사 사법체계가 바뀌면서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같은 사건이라도 압수수색 영장을 먼저 신청했다고 하던지 등 검경이 크게 부딪혀서 트러블 생길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가 “특수본이 명운을 걸고 수사하고 있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흡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 국장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한 지붕 
두 가족

정부가 특수본 규모를 2배로 확대하고 500명 규모의 검찰 수사팀을 꾸리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기조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수사 이후 처음으로 LH 직원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강제수사와 검찰 송치가 가까워지면서 경찰은 검찰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보이는며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경찰청 국수본에 따르면 국수본은 이번 사태를 촉발한 LH 직원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지난 2일, 부패방지법 위반(업무상 비밀이용) 혐의로 LH 현직 직원인 A씨를 포함한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달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LH 전·현직의 광명·신도시 투기 의혹을 제기한 이후 LH 직원에 대한 신병 처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전북경찰청도 다른 LH 직원 1명에 대한 구속영장과 몰수보전을 함께 신청했다.


지난 6일 기준 특수본이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내사·수사 중인 사건은 152건이고 수사 대상자는 639명에 이른다. 지난달 30일 기준 125건·576명과 비교하면 수사 중인 사건 27건이 늘어나고 대상자는 63명 늘었다.

구속영장을 신청한 대상은 5명이다. 1명은 구속, 4명은 신청 단계를 밟고 있다. 이 중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된 업무를 했던 전 경기도청 간부 공무원에 대해서는 지난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의 요구에 따라 현재 보완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LH 관련 수사 초기, 검찰의 수사 필요성 지적을 놓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 본부장은 부동산 투기 수사에 나선 지 4일 뒤인 지난달 8일 “과거 1, 2기 신도시 수사 성과의 상당수가 경찰에서 나왔다”며 검찰이 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특수본 규모 두 배 수준 늘려
수사에서 판결까지 검경 협조

이후 LH 임직원 관련 수사가 속도가 붙지 않자 정 총리는 지난달 27일 “국민 기대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수본 규모는 2배로 확대되고 500명 규모의 검찰 수사팀까지 꾸려졌다.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LH 수사에서 제 역할을 보여줄 기회라고 보고 있다.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고 구속영장 신청, 기소 등 검찰과 협력해 ‘성과’를 보여줄 때가 오면서 검·경 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최 수사국장은 전날 “경기남부청에서 크게 2개 그룹으로 총 64명을 수사 중이고 일부 신병처리를 검토하고 있다”며 “공소 유지로 유죄판결까지 이어지고 땅을 몰수 추징해야 하기 때문에 면밀하게 검찰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는 우리 책임이고 기소와 공소유지는 검찰 책임”이라며 “수사부터 판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검경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창룡 경찰청장

한편 국수본은 수사의 공정성과 국수본 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사 경찰의 직무 관련 비위를 별도로 감찰하는 기능을 신설하기로 했다.

지난 4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수본과 전국 시·도 경찰청은 지난주부터 수사감찰관 선발 절차에 돌입했다. 경찰은 이달 중으로 선발과 교육, 현장 배치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선발 예정 인원은 전국 64명으로 ▲국수본 6명 ▲서울 8명 ▲경기남부 6명 ▲부산·대구·경기북부·전북·경북·경남 각 4명 ▲그 외 지역은 각 2명이다.

경찰청은 지역별 사정에 따라 인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수사감찰관들은 국수본부장의 지휘를 받는 수사 담당 경찰 공무원들의 ‘직무 관련 비위’를 감찰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독직폭행, 직권남용, 금품·향응수수, 사건 개입 등이다. 직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음주운전, 성폭력, 도박 등의 비위는 경찰 내 기존 감찰부서가 계속 담당한다.

각자 
할 일만?

수사감찰 기능 신설은 국수본의 경찰 조직 내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경찰의 공정성과 국수본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감찰을 중첩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직무 관련 비위는 수사감찰이 일차적으로 살피고 원래 있던 감찰 부서에서도 감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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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